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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불가피한 침묵이었다.

친정나들이에 나선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이 공격포인트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손흥민은 19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에 선발 출전, 팀이 0-0으로 맞서던 후반 45분 교체 아웃됐다.

많은 이목이 집중된 경기였다. 친정팀 레버쿠젠을 상대한다는 것 외에도, 최근 워낙 좋은 기세가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현지 언론도, UEFA도 손흥민의 활약 여부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90분 동안 1개의 슈팅에 그칠 만큼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드리블 성공 횟수(1회)나 키패스(0회) 수도 최근의 기록들과는 간극이 컸다. 기록만 놓고 보면 실망스러운 경기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경기였다. 특히 후반 들어 팀이 상대에 완전히 압도당하는 바람에, 전방에 포진한 손흥민으로서는 공을 잡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날의 침묵을 손흥민 개인적인 부진이 아니라 토트넘의 전반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몸놀림은 가벼워보였다. 실제로 전반전 토트넘의 주요상황들 대부분 손흥민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그는 수비라인 뒷공간을 파고들거나, 동료와의 원투패스에 이은 오른발 슈팅 등 자신의 강점을 잘 발휘했다. 자기진영 깊숙이 내려와 수비에도 적극 가담했고, 슬라이딩 태클도 불사할 만큼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다만 후반 들어 경기 양상 자체가 급변했다. 전반전 내내 조용하던 레버쿠젠이 더욱 강력해진 압박을 앞세워 토트넘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기세는 완전히 기울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수비하기에 급급했다. 우고 요리스 골키퍼의 선방쇼가 빛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손흥민은 이따금씩 나오는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았지만, 이미 수비대형을 갖춘 채 강력한 압박을 더한 상대 수비를 홀로 뚫어내기란 벅찰 수밖에 없었다. 후반 중반 최전방 원톱으로 자리를 이동한 뒤에는 더욱 더 상대의 집요한 견제에 시달렸다. 함께 공격을 풀어나가야 할 동료들의 존재감이 미미했다.

결국 손흥민은 후반 45분 경기장을 빠져 나가야 했다. 스스로의 부진보다는, 후반전 내내 답답했던 팀 경기력에서 비롯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전 슈팅수에서 6-3으로 앞섰지만, 후반전에서는 0-13으로 압도당했다. 이 정도의 경기 내용에서 손흥민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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