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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울리 슈틸리케(62) 축구대표팀 감독의 향후 거취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내달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를 놓칠 경우,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소식까지도 전해졌다. 그 정도로 한국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그를 향한 시선이 싸늘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중국에 3-0으로 앞서다 내리 2골을 내주며 진땀승을 거두더니, 중립지역에서 펼쳐진 시리아전에서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경기 모두 불안했던 수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선수선발과 기용 등이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런데 카타르·이란과의 2연전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홈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역전을 거듭하다 진땀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이란 원정에서는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허무한 패배를 당했다. 중간 순위에서는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자칫 두 팀에게만 주어지는 본선 진출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렸다.

특히 이란전 직후 신중하지 못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한 마디’가 들끓던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경기 후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졌다”고 했다. 선수들을 탓하는 뉘앙스에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향후 그는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귀국 현장에서의 한 마디도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 대표팀을 거친 감독수가 10명”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봐야 한다. 내일이든 모레든, 나가라고 하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나가면 된다”고 했다. 상황이 복잡해졌다. 대표팀의 한 수장이, 패배 직후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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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입지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우즈벡과의 경기 전 감독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연스레 포커스는 내달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벡전으로 쏠리게 됐다. 한국의 월드컵 진출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경기다. 벼랑 끝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좌우될 결정적인 한 판이기도 하다.

다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초점이 우즈벡전의 ‘결과’에만 맞춰져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선수 선발이나 기용은 물론, 그라운드 위에서 선보이게 될 경기력 등도 고민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우즈벡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더라도,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 속에 거둔 승리라면 문제가 커진다. 급한 불을 끄더라도, 향후에도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시리아와의 2연전 이후, 카타르·이란과의 2연전에서 똑같은 문제들이 반복됐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오히려 안방에서 치러지는 우즈벡전은, 한국축구라면 반드시 승리가 전제되어야 할 경기다. 우즈벡전 결과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고민하기 위한 유일한 기준점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승리는 전제조건이고, 나아가 최근의 악순환을 끊을 만한 ‘가능성’ 내지는 향후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해볼 만한 ‘희망’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슈틸리케호는 출범한 지 2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최근 같은 문제점들이 반복되면서,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부침을 겪고 있는 중이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향후 ‘진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슈틸리케호, 그리고 한국축구가 중요한 기로에 섰다.

한편 슈틸리케호는 내달 11일 천안에서 캐나다와 친선경기를 치른 뒤, 15일 서울에서 우즈벡과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승점7(2승1무1패)을 기록 중인 한국은 이란(3승1무·승점) 우즈벡(3승1패·승점9)에 이어 A조 3위다.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2위까지만 주어진다.

*'김명석의 디스+'는 특정 사안(This)에 대해 심층 보도하거나, 그 사안을 비판적인 시선(Diss)으로 바라본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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