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축구인으로 40년을 살아왔다. 아마 2연패만 해도 평가는 180도 달라질 것.”

지난해 11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의 마지막 A매치였던 라오스전을 마치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갓(GOD)틸리케’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위와 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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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슈틸리케는 축구팬들에게 절대적 신임을 받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신뢰가 바닥을 친 대표팀에 무명으로 데뷔해 2015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2015년 FIFA 가맹국 중 최소 실점률 기록(20경기 4실점 경기당 0.2실점)을 하며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팬들을 열광케 했고, K리그 클래식(1부리그)경기는 물론이거니와 챌린지(2부리그) 경기, 대학리그 경기에도 나타나 선수를 지켜보는 모습은 ‘열일’로 비춰져 큰 호감을 샀다.

솔직히 당시에도 현재 지적되는 ‘플랜B의 실종’과 ‘특정선수 의존도와 활용법’에 대한 비판은 있었으나 합리적 비판은 깍아내리는 비난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슈틸리케의 가장 큰 서포터는 바로 국민이었다.

하지만 1년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9,10월 A매치를 거치며 슈틸리케 감독은 벼랑 끝에 섰다. 경질설이 나도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오죽하면 13일 이란전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설에 대해 “최근 12년간 대표팀은 10명의 감독을 바꿨다. 바꿔서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며 작심발언으로 스스로를 방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가운 여론은 쉽게 돌아서지 않고 있다. 슈틸리케의 가장 큰 서포터가 이제 가장 큰 적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대표팀 감독에게 중요한 것은 성적이다. 2015년에는 8경기 연속 무실점 등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2016년은 6월 스페인전 1-5패배를 시작으로 졸전만 하고 있다. 물론 상대 수준의 차이가 있다. 2015년 한국이 맞붙었던 상대는 라오스, 레바논, 쿠에이트, 미얀마와 같은 약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16년은 스페인, 이란, 크로아티아 등 수준 차이가 명확하다. 물론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같은 상대적 약팀에게 마저 못한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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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1년여전 자신이 현재는 ‘갓틸리케’로 추앙받고 있지만 언제든 그 여론이 돌아설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예언이 중요한 이유는 미리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이고 그 말은 즉 그 사실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대비책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자신의 바뀔 상황에 대해 이미 예견했던 슈틸리케는 대비책도 마련해뒀던 걸까. 슈틸리케는 과연 이번 11월 A매치에서 지난해 11월 ‘갓틸리케’로 불리던 그 시절만큼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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