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말로 흥했다 말로 망할 것인가. 한때 ‘갓틸리케’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선수발탁과 멋진 언행으로 대표팀 인기를 주도했다 이번에는 한마디 말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한국엔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었다.”

슈틸리케 입장에서 이해해보자면 지난 6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카타르 공격수 소리아가 최전방에서 보여준 그 ‘파괴력’을 구현해줄 수 있는 선수가 없음을 아쉬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후 귀국전 해명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그런의도가 아니었다. 나도 감정이 격해진 부분이 있었다. 상대편이지만 장점은 본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했다"고 다급히 말을 고쳤다. 그러나 이미 오해는 쌓일대로 쌓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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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출신으로 카타르 귀화를한 공격수 소리아가 그렇게 뛰어난 공격수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넘어가야한다. 물론 한국전에서 소리아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으로 한국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그러나 그가 32세의 나이인데 지난 시즌 카타르리그 알라얀 소속으로 25경기에 나서 10골밖에 넣지 못한 공격수임을 알아야한다.

아시아에서도 그리 강하지 않은 카타르리그에서 겨우 10골을 넣은 선수다. 소리아가 잘한 것은 한국 수비진이 붕괴됐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결국 조합과 선수기용의 문제다. 한국은 말이 필요없는 손흥민외에도 정말 뛰어난 공격수가 대표팀 안팎에 있다. 일단 안에는 김신욱과 석현준이 있다. 김신욱은 현재 K리그 최고로 뛰어난 폼을 지닌 선수. 시즌초 부진했지만 8월부터 완벽하게 전성기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석현준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의 클럽인 FC포르투에서 뛰었던 선수다. 현재도 카타르리그보다는 몇 배는 수준 높은 터키리그에서 주전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신욱에게는 20분 남짓한 시간, 석현준에게는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표팀밖에도 뛰어난 선수가 널렸다. K리그 클래식 득점왕 등극을 노리는 정조국부터 포항의 에이스로 거듭난 양동현, 상주에서 제2의전성기를 펼친 박기동, 한때 슈틸리케호의 ‘황태자’였던 이정협 등 한국엔 소리아보다 더 좋은 원톱자원이 많다.

슈틸리케 감독이 극찬한 소리아(왼쪽). 연합뉴스 제공
그런데 정통 원톱자원도 아닌 지동원을 고집한 것은 슈틸리케 본인이다. 자신이 굳이 전문 원톱자원도 아닌 선수를 쓰고 ‘파괴력 있는 공격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현재 대표팀은 원톱과 공격조합에 대한 의문, 그리고 풀백과 중국리거 수비로 대표되는 수비라인의 조합에 대해 꾸준히 비난의 뭇매를 맞고 있다. 9월 중국전부터 이어져온 A매치 4경기 연속 졸전의 원인으로 바로 이 두 가지를 꼽는 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꾸준히 제기되는 비난에 대해 귀를 닫고 단지 카타르전 이후 ‘2승1무라는 결과를 냈는데 여론이 대표팀을 비난한다’며 도리어 서러움을 토로했다. 몸에 좋은 약이 쓴 줄 모르고 몸에 해로운 단 것만 스스로 찾은 셈이다.

소리아는 전혀 좋은 공격수가 아니다. 한국에는 그보다 좋은 공격수들이 널렸다. 당장 슈틸리케 감독이 뽑은 대표팀 내에도 그렇다. 하지만 자신이 그런 선수를 벤치에 박아놓거나 혹은 고작 20분밖에 뛸 시간을 주지 않고 불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러다 슈틸리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가지고도 ‘리오넬 메시가 없어서 졌다’고 불평하겠다. 최대한 자원풀을 넓게 가져가 특정선수만 고집하는 아집을 버리고 널리 인재를 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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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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