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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자칫 선수들에게 비수가 될 만한 한 마디를 던졌다. 패배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뉘앙스도 담겨 있어서 대표팀 분위기에 독이 될 가능성도 생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오후 11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0-1 패배 직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세바스티안 소리아(33·알라얀)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국적의 소리아는 지난 6일 한국을 상대로 전반 45분 역전골을 터뜨린 공격수다.

다만 이는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져 있을 대표팀에 더욱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 김신욱(28·전북현대) 등 이날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던 선수들로써는 자신을 직접 겨냥한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어 자칫 분위기가 더욱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더구나 공교롭게도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 김신욱 지동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서로 다른 유형의 세 명의 원톱 자원을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됐다는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또 이날 지동원을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시킨 뒤, 김신욱을 교체 투입한 것 역시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결국 이란전 경기력과 결과가 좋지 않자, 선수 탓을 하는 듯 한 뉘앙스가 풍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표팀은 이란전 패배뿐만 아니라 지난 중국, 시리아, 카타르전 등 기대에 못 미친 경기력이 이어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 슈틸리케 감독의 이번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한국은 90분 동안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이란에 0-1로 패배했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이란전 4연패, 아자디 스타디움 42년 무승(2무5패)의 불명예 기록들을 이어가게 됐다. 최종예선 A조에서는 이란(3승1무·승점10) 우즈베키스탄(3승1패·승점9)에 이어 3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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