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억울하다’고 했다. 그런 여론에 서운함을 표했다. 그러나 이란전을 통해 명확해졌다. 자신들은 억울하다하지만 도리어 경기력을 통해 그 논란에 확신을 준 것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1시 45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전에서 전반 25분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결국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첫 패배를 당했고 4차전까지 2승1무1패로 중국을 2-0으로 이긴 우즈베키스탄(3승1패)에 밀려 조 3위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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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전부터 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논란 중 가장 얘기가 많이 됐던 것은 바로 ‘중국화’였다. 이천수 해설위원의 ‘중국에 가면 2~3년 안에 중국화된다’는 말과 맞물려 카타르전 퇴장까지 당했던 홍정호(장수 쑤닝)에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 R&F)까지 대표팀 주축 수비들이 모두 중국 리그에 뛰더니 실력이 하락했다는 것이 바로 ‘중국화 논란’이었다.

이 논란이 카타르전 이후 심하게 거세지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나 곽태휘는 물론 장현수 등 본인들마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정도로 억울하다고 하고 서운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대신에 본인들이 이란전 경기력을 통해 '단 한경기만 그랬을 뿐'이었음을 증명해줘야 했다.

하지만 이란전은 억울함을 푸는 자리가 아닌 도리어 강화시키고 악화시키는 장밖에 되지 못했다. 이날 출전한 두 중국리거인 장현수와 김기희는 경기 내내 불안한 수비를 연발했다. 한국 수비라인 전체가 흔들렸고 자연스레 대표팀 모두가 흔들리며 경기력은 역대급 졸전이 되고 말았다.

결국 백마디 ‘억울하다’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했던 이란전을 도리어 망친 것은 본인들이다. 과연 이날 경기를 보고 ‘중국에 가서 중국선수들 수준밖에 뛰지 못하는게 아니다’라고 동조해줄 이는 얼마나 생겼을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생겼으면 더 생기지 않았을까.

마침 같은날 열린 중국과 우즈벡의 경기에서 중국은 0-2로 패하며 1무3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받아들였다. 감독 가오홍보는 이 경기 후 사임을 발표했다. 미안하지만 중국의 축구 수준은 딱 이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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