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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슈틸리케호가 카타르를 3-2로 꺾었다. 선제득점 이후 내리 2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2골을 더 넣고 역전승을 거뒀다. 표면적으로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그러나 전장은 안방이었고, 상대는 카타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는 38계단(한국47위-카타르85위)이나 차이가 났다. 선수들 면면에서 나오는 전력차 역시 한국이 뚜렷하게 앞섰다. 3-2라는 스코어, 가까스로 거머쥔 승점 3점은 그래서 찝찝함이 남았다.

여러 모로 중요한 경기였다. 러시아 월드컵으로 향하는 최종예선 3번째 경기 외에도, 지난달과 비교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경기였던 까닭이다. 지난달 한국은 중국에 진땀승을 거뒀고, 시리아와는 0-0으로 비겼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팀들을 상대로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졸전을 펼쳤다.

카타르전은 그래서 기회이자, 위기였다. 이 경기만 잘 잡으면 등 돌린 팬심을 돌릴 수 있었다. 반대로 카타르전마저 놓치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었다. 결과는 물론 내용도 잡아야 했다. 닷새 뒤 이란 원정에 대비하기보다는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를 필두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 시티)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어지는 유럽파를 총동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11분 만에 기성용의 선제골이 나왔다. 카타르전 경계대상 1호가 다름 아닌 ‘침대축구’였음을 감안할 때 적절한 시간에 0의 균형을 깼다. 지난달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한 첫 걸음을 잘 내딛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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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5분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홍정호(장쑤 쑤닝)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는 바람에 경기의 균형이 맞춰졌다. 페널티킥이 선언된 파울뿐만 아니라, 위협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한 수비 집중력의 부족이 아쉬웠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전반 45분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역전골을 내줬다. 패스미스에서 비롯된 상대의 역습 기회가 끝내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번에도 수비불안이 화근이 됐다. 지난달 중국, 시리아전에서 나온 문제가 ‘또 다시’ 반복됐다.

그나마 한국은 후반 10분과 12분 각각 지동원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자칫 상대의 침대축구가 본격적으로 나올 수도 있었을 상황을 잘 막았다. 그러나 또 다시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 후반 21분 홍정호가 2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10대11의 싸움이 됐다.

결국 한국은 남은 20여 분을 버티는데 급급해야 했다. 홍정호 퇴장 이후 8차례나 슈팅을 허용하는 사이, 한국은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나마 결과적으로 잘 버텨냈다. 1골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승장과 패장의 반응이 묘하게 엇갈렸다. 호르헤 포사티 카타르 감독은 “카타르 관점에서 보면 훌륭했던 경기였다고 본다”면서 “당초 한국을 이기겠다고 했지만 사실 쉽지 않았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 20분의 경기력을 놓고 많은 말들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하면서 “최종예선은 절대 쉬운 경기가 없다”고 했다.

카타르전을 짜릿한 역전승으로만 포장하기에는 찝찝함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상대가 치켜세울 만큼 전력차가 뚜렷했음에도 또 다시 진땀승에 그친 까닭이다. 이날 승리로 지난달 중국, 시리아전의 아쉬움을 털어냈다기보다는, 여전히 그 연장선에 있을 따름이다. 카타르전을 통해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은 7일 오전 이란으로 출국한 뒤, 오는 11일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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