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참 다행히도 수원참사는 면했다. 카타르에게 전반전 종료 스코어 1-2 그대로 졌다면 전임 대표팀 감독들은 꼭 하나씩은 가져왔던 ‘지명+참사’에서 그 지명이 하필 한국의 수원이 될 뻔했다. 다행히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수원참사'란 말은 없었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카타르에게 이정도로 불안한 수비에 홍정호까지 퇴장으로 다음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인데 한국이 치러본 모든 원정경기 중 S급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란 테헤란에서 단순 패배를 넘어 ‘참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참으로 걱정되는 A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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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기쁨에 취하기는 경기가 너무 힘들었다. 전반 11분만에 선제골을 뽑을 때만해도 우려됐던 침대축구를 보지 않을 생각은 물론 분위기만 타면 대량득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선제 실점 후 잠시 방심한 틈을 카타르가 파고들어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후 모든게 꼬였다. 한국은 동점 허용 후 공격을 해도 모두 빗나가기만 했다. 기회를 놓치면 위기가 오는 것은 필연적.

결국 전반 종료 직전 카타르의 우루과이 귀화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는 홀로 한국 수비진을 박살내고 끝내 역전골까지 넣었다. 소리아가 돌파하고 한국 수비진을 무너뜨린 모습을 보면 '박살'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1-2 역전을 당하고 전반을 마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 것.

다행히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신욱이 들어가고 선수들이 정신을 바로잡아 후반 11분 지동원, 13분 손흥민의 골이 연달아 터지며 3-2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후반 21분 홍정호가 소리아를 막다가 퇴장을 받은 것과 이에 따라 카타르보다 수적열세에서 힘겹게 남은시간을 3-2 승리를 지키는데 힘들어했다는 점.

한국 수비는 전반부터 계속 흔들렸고 카타르는 간혹 시도하는 역습 하나하나가 모두 위협적이었다. 전반전 카타르는 슈팅 5개를 했는데 이 모든 슈팅이 유효슈팅이었다. 홍철-김기희-홍정호-장현수로 이뤄진 포백라인과 수비형미드필더로 나온 정우영까지 고작 3명 정도만 가담한 카타르 공격진에 속수무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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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타르 공격진이 뛰어나긴 하지만 이정도에 흔들려서는 한국이 목표로 하는 더 높은 수준의 팀에게는 어림도 없다. 당장 아시아 최강 중 하나인 이란은 이보다 더 강할 것이 분명하다. 홍철을 제외하곤 모두 자신의 의지로 중국행을 택한 선수들이 과연 중국행이 실력향상에서 플러스요인이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활약이었다.

수원참사는 면했지만 당장 11일은 이번 월드컵 예선 전체경기 중 가장 힘들 것으로 보이는 이란원정이 예정돼있다. 이란 테헤란은 10만 관중이 지켜보고 기후,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세계 모든 팀들이 힘들어하는 원정장소다. 한국 역시 이란 원정에서 2무 4패에 그치고 있고 상대 전적도 9승 7무 12패로 열세다.

최강이어도 힘든 이란원정이 과연 시리아에 0-0으로 비기고, 카타르에 자칫하면 질 뻔했던 정도의 현재 전력이라면 과연 목표로 하는 ‘승점 획득’은커녕 대패라도 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결국 빠른 시간내에 수비진을 정비하고 홍정호가 퇴장으로 이란전 출전이 불가능하기에 새로운 전력을 짜야만 한다. 일단 8일 출국하는 대표팀은 현지적응만으로 벅찬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제다. 이번 월드컵 예선 경기 중 가장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원정이 부디 ‘참사’로 끝나지 않길 국민들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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