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오랫동안 끌어왔던 전북 현대의 심판매수건에 대한 징계가 확정됐다. 승점 9점 삭감에 1억원의 벌과금이다. 이번 전북을 향한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 징계는 다른 구단들을 향해서 ‘너희는 안하고 뭐했냐’라고 핀잔을 주는 듯 하다.

안하면 바보고 정직하면 손해인 우리 축구의 자화상이다.

프로축구연맹은 30일 오후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북에 대한 상벌위원회 징계내용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약 8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나온 징계내용은 고작 전북에게 승점 9점 삭감과 1억원의 벌과금 부과였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전북이 지난 2013년 소속 스카우트를 통해 심판들에게 돈을 건낸 사실이 지난 5월에 드러났다. 해당 스카우트 차모씨가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28일 1심에서 차 스카우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것으로 형이 확정됐다. 그러자 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고 사법부가 유죄로 인정한 사건에 대해 전북에게도 징계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징계는 전북에게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K리그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구단에게 1억원의 벌과금은 약과 수준이며 승점 9점이 삭감돼도 기존 승점 68점에서 59점이 됐다. 여전히 2위 FC서울의 승점 54점과 5점차로 전북의 전력을 감안할 때 남은 6경기에서 우승을 지켜내는 것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벌위는 기자회견에서 “다른팀과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고 같은 사안이었던 경남보다 승점 1점이 덜 삭감된 것에 대해 “경남은 사장이 직접 지시를 해 구단의 코치가 4명의 심판에게 19회에 걸쳐 금품을 제공한 사건에 비해 가볍다"고 설명했지만 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다.

상벌위의 변명을 떠나 결국 전북은 우승 경쟁에 큰 지장이 없고 1억원만 내면 되는 징계를 받은 셈이 됐다. 대체 상벌위원회가 전북을 제대로 벌하려는 의도나 있었는지 궁금하다.

더 문제인 것은 이번 선례를 통해 다른 팀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다른 팀들은 이번 전북의 징계를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어떤 팀이 ‘우와 징계가 너무 세니까 우리는 저러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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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저정도 징계면 왜 우리는 안했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추론하는게 더 합리적이게 보인다. 불법을 해서 득이 많고 걸려도 실이 적다면 누구라도 득이 많은 쪽을 택하지 않을까.

프로는 경쟁이며 1등을 위해 사활을 건다. 그런 프로의식이 있는 곳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 속에 불법이 포함되어 있다할지라도 걸리지만 않는다면 영웅이 되고 칭송받는 분위기에 걸려도 벌이 약하다면 누구라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상벌위의 전북에 대한 징계는 정직하면 손해를 보고, 안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아주 좋은 본보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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