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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인천강등! 인천강등!”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이 격돌한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후반 19분 조나탄의 선제골로 수원이 앞서가기 시작하자, 수원 서포터스석에서 ‘인천강등’이라는 외침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강등 위기에 몰린 인천의 처지를 비꼬는 목소리었다. 후반 35분 염기훈의 추가골이 터지자 양 팀 응원석의 분위기는 더욱 상반됐다. 수원이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반전이 시작됐다. 후반 41분 김용환의 만회골로 인천이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이후 경기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파상공세에 맞서 수원이 버티는 양상으로 흘렀다. 그리고 추가시간이 진행되던 후반 48분, 인천의 기세가 수원을 집어삼켰다. 진성욱의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이후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2-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지만, 인천은 웃었고 수원은 고개를 숙였다. 앞서 크게 엇갈렸던 양 팀 서포터스석 분위기 역시 상반됐다.

1점이었지만, 인천에게는 더없이 값진 승점이었다. 최하위 수원FC와의 격차를 3점으로 벌리는 등 산술적인 의미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감독 교체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던 분위기를 ‘한 번 더’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난달 인천은 김도훈 감독을 경질시켰다. 3라운드 들어 4연패에 빠지는 등 추락하기 시작한 성적이 그 배경에 깔려 있었다. 다만 시즌 막판 감독을 내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분위기 전환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팀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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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인천에게 반전의 포인트를 마련했다. 감독 교체 후 첫 경기였던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거두더니, 상주상무전 0-0 무승부, 포항스틸러스전 1-0 승리 등 승점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 대행은 전술 변화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 김도훈 전임 감독 시절의 3-5-2 전형이 아니라 4-1-4-1 전형을 택했다. 마침 배승진 최종환 등 군 복무를 마친 선수들이 속속 복귀해 전열에 힘을 보탰다. 선수들 스스로도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3경기 연속 무실점이 말해주듯 수비진이 힘을 냈고, 공격진 역시도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씩을 터뜨렸다. 팀 분위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패색이 짙었던 수원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성과가 더욱 값진 이유였다. 만약 수원을 상대로 홈에서 무너지면, 감독 교체 이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단번에 무너질 수도 있었던 까닭이다. 후반 35분 염기훈의 추가골이 자칫 치명적인 한 방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비춰졌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다만 벼랑 끝에 몰린 인천은 ‘저력’을 선보였다. 이미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채 파상공세를 펼쳤고, 결과적으로 경기의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투지와 집중력이 일궈낸 값진 무승부였다. 이날 무승부로 인천은 이기형 대행 부임 이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를 달렸다.

경기 후 이 대행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하기 위해 집중력을 보여준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면서 “스플릿이 나눠지기 전 3승2무를 거두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마지막 울산전에서 승리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4연패 뒤 4경기 연속 무패. ‘확 달라진’ 인천이 잔류에 대한 희망을 싹 틔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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