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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정형화된 전술은 양날의 검이다.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상대에게는 대응책을 마련할 여지를 남긴다. 상대팀에 따라,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슈틸리케호는 대부분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4-2-3-1 전형을 토대로 한 전술적인 틀이 그렇고, 선수 구성 역시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본적인 가닥을 잡고 그 전술을 유지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정형화된 틀만을 고집하는 것은 뚜렷한 한계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전술적인 틀은 4-2-3-1만을 유지하고 있다. 중앙 미드필더의 위치에 따라 4-1-4-1로 소폭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상대의 허를 찌를 만큼의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간혹 시험대에 올랐던 제로톱이나 투톱 전술도 뚜렷한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자연히 슈틸리케호의 경기 운영은 늘 비슷하게 흘렀다.

선수 구성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선수들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깊은 신임 속에 늘 같은 위치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자연히 상대는 선수별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수월하다. 다른 포지션의 경우 변화가 있지만, 이는 주전 선수를 찾기 위한 ‘실험’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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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홈이든 원정이든, 그리고 상대가 강팀이든 약팀이든 유지되어 왔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 6월 스페인이나 체코 등 한 수 위의 팀을 상대로도 슈틸리케호는 앞선 전술과 선수 구성을 유지했다. 중국, 시리아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상대는 슈틸리케호의 전술과 선수 구성을 어느 정도 파악한 채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뚜렷한 전술적인 대안이 없다보니, 경기 중 상황을 반전시킬 포인트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6일 시리아전이 대표적이었다. 이날 역시 한국은 기존의 전술대로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경기 내내 상대의 밀집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답답한 흐름만이 이어졌다. 변화가 절실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황희찬(잘츠부르크) 권창훈(수원삼성)이 차례로 교체로 투입됐지만, 선수별 이동만 있었을 뿐 전체적인 틀에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FIFA랭킹 105위의 약팀이 선보인 수비축구를 깨트리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만이 반복됐다. 결국 한국은 끝내 1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씁쓸한 무승부였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출범 이후 2년여를 거치면서 유지해오고 있는 기존 틀 외에도, 상대의 허를 찌를 만한 전술적인 대안이 필요해진 셈이다. 상대팀의 전력에 따라, 혹은 경기 상황에 따라 과감한 수를 둘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앞으로도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슈틸리케호는 계속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리아전처럼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 흐름만 반복하다 승리를 놓치는 경기가 또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상대가 미리 대응책을 마련할 만한 여지를 계속 남겨준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역시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종예선은 그리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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