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슈틸리케호 골키퍼 경쟁구도에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쟁구도에서 밀려 있던 김승규(26·빗셀고베)가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반면, 김진현(29·세레소오사카) 정성룡(31·가와사키프론탈레)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까닭이다.

앞서 지난 2014년 출범 이후 슈틸리케호 골키퍼 경쟁은 김진현 김승규의 2파전 속에 정성룡이 백업 역할을 맡는 구도가 뚜렷하게 자리 잡아왔다.

김진현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 주역으로 활약하며 단숨에 대표팀 수문장으로 떠올랐고, 그가 부상을 당한 사이 김승규가 새롭게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뚜렷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둘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고, 자연스레 슈틸리케호의 골키퍼는 큰 걱정이 없는 대표적인 포지션으로 꼽혔다.

그런데 지난 6월, 스페인·체코와의 유럽 원정평가전 2연전을 통해 기존 경쟁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김승규를 대표팀에서 처음 제외하고, 김진현과 정성룡만 소집했기 때문이다.

이후 김진현이 스페인전에서 뼈아픈 실수들을 저지르며 6실점하는 사이, 정성룡이 체코전에서 선방쇼를 펼치면서 경쟁구도는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중국·시리아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를 앞두고도 이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현 정성룡 김승규를 모두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원래는 2명만 뽑으려 했는데, 대회 규정 때문에 3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3명 중 1명은 당초 슈틸리케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됐다가, 어쩔 수 없이 포함된 선수였다는 의미였다.

정황상 가장 최근 경기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던 정성룡보다는 스페인전에서 부진했던 김진현 또는 6월 유럽원정에서 제외된 김승규 중 1명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정성룡이 1일 중국전에 선발 출전, 슈틸리케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친선경기가 아닌 월드컵 예선에 나서면서 경쟁구도에서 한 발 앞서 있음이 재확인됐다.

다만 정성룡은 중국전 당시 위기 상황에서 뚜렷한 선방을 선보이지 못하는 등 2실점,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그쳐 상황이 또 다시 복잡해졌다.

자연스레 시선은 김진현 또는 김승규 중 누가 시리아전 골문을 지킬 것인지로 쏠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지난 6월 명단에서 제외됐던 김승규였다. 그는 6일 시리아전을 통해 지난 3월 태국전 이후 약 반 년 만에 A매치 무대에 나서게 됐다.

그리고 김승규는 보란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선보이며 팀의 무실점을 이끌어냈다.

전반 18분 상대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을 쳐낸 것을 비롯해 상대의 여러 차례 슈팅을 번번이 잘 막아냈다.

경기 내내 빠른 판단력과 순발력을 선보인 그는 안정감 있게 한국의 골문을 지켜내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슈틸리케호 골키퍼 경쟁 역시 다시금 불이 붙게 됐다.

3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 발 뒤처져 있던 김승규가 시리아전 맹활약으로 다시금 두드러지기 시작한 가운데, 김진현 정성룡의 입지는 다시 불안해진 상황이다.

김진현은 스페인전 6실점 이후 A매치 3경기 연속 결장 중일만큼 입지가 좁아졌고, 정성룡 역시 중국전 부진 탓에 아직 설 자리가 마땅치 않은 모습이다.

덕분에 아직 뚜렷한 넘버원이 없는 슈틸리케호의 골키퍼 경쟁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게 됐다.

한편 슈틸리케호는 내달 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최종예선 3차전을 치른 뒤, 11일 이란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격돌한다.

최근 슈틸리케호 골키퍼 출전 기록

3월 24일 레바논전(1-0승) : 김진현
3월 27일 태국전(1-0승) : 김승규
6월 1일 스페인전(1-6패) : 김진현
6월 5일 체코전(2-1승) : 정성룡
9월 1일 중국전(3-2승) : 정성룡
9월 6일 시리아전(0-0무) : 김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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