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한순간의 방심이, 이기고도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슈틸리케호가 중국과의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진땀승을 거뒀다.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끈 한국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에서 3-2로 이겼다.

후반 중반까지는 흐름이 좋았다. 전반 21분 손흥민의 프리킥이 상대의 자책골로 연결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후반 18분과 21분 이청용 구자철의 연속골이 터져 나왔다. 승기는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경기장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파도타기 응원이 펼쳐졌다. 이러한 기세라면 3골차 이상의 대승도 기대해볼 만했다.

그런데 승기를 잡는 순간, 뜻하지 않은 변수가 슈틸리케호를 흔들었다. 수비진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전체적으로 경기 흐름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팀이 느슨해졌다. 사실상 이겼다는 방심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의미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후반 29분 유 하이에게 만회골을 내줬다. 수비진의 실수로 인해 뼈아픈 실점을 내줬다. 이 실점은 한국은 지난 2차 예선부터 이어오던 아시아예선 무실점 기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3분 뒤 위험지역에서 프리킥 기회를 내줬다. 하오 준민의 오른발 프리킥은 한국의 골문 구석을 갈랐다.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이미 집중력이 흐트러진 한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중국의 기세는 중국 원정 응원단의 열기와 함께 한껏 올라왔다. 다른 의미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펼쳐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끝내 1골을 더 내주지는 않은 채 1골차 승리를 거뒀다. 다만 쉽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어렵게 마무리했다는 점, 그 이면에 ‘방심’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도 “3-0으로 앞선 뒤 느슨해진 부분이 있었다”면서 “수비진의 실수에 의한 실점, 그리고 프리킥 추가 실점으로 정신력마저 흐트러졌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한국은 오는 6일 중립지역인 말레이시아에서 시리아와 예선 2차전을 치른다. 중국전을 통해 교훈을 얻은 대표팀이 닷새 만에 어떻게 변화했을지에 대해 많은 이목이 집중될 경기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