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슈틸리케호 골문에 비상이 생겼다. 한때는 행복한 고민이었던 포지션은 어느새 믿을만한 선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실제로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골키퍼는 큰 걱정이 없는 포지션 중 하나였다. 김진현(29·세레소오사카)이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맹활약을 통해 대표팀의 새로운 수문장으로 거듭났고, 이후 김승규(26·빗셀고베)가 김진현의 부상 공백을 잘 메우면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무실점이라는 기록도 거듭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6월 상황이 바뀌었다. 김승규는 아예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으로부터 부름을 받지 못했다. 김진현은 스페인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들을 저지르며 6실점을 내줬다. 오히려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3번째 옵션이었던 정성룡(31·가와사키프론탈레)이 체코전 활약으로 새롭게 경쟁체제에 가세했다.

중국과 시리아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1차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3명을 모두 소집했다. 골키퍼는 반드시 3명이어야 하는 대회 규정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화두는 첫 경기인 중국전에 누가 골문을 지킬 것인지 여부였다. 3명 중 누가 오르든 ‘시험대’가 되는 무대였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정성룡이었다. 정성룡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러 모로 의미가 있었다. 당장 중국전은 최종예선의 첫 경기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는 경기였다. 더구나 정성룡은 앞서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월드컵 예선 등 실전에서는 투입되지 않고 친선경기에서만 나섰다. A매치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역시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성룡에게는 기회였다. 중국전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면 골키퍼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갈 수 있었다. 물론 슈틸리케호 입장에서도 그의 활약 여부가 중요했다. 믿었던 김진현이 지난 스페인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만큼, 새로운 골키퍼의 등장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정성룡은 그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다. 전반전 내내 상대의 위협적인 슈팅이 없어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그는, 후반전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모두 실점으로 허용했다. 물론 첫 번째 실점은 수비진의 실수에서 비롯됐고, 두 번째 실점 역시 상대가 워낙 잘 찬 프리킥이었다. 그러나 국가대표 수문장의 자격, 즉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결국 슈틸리케호 골문 경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 시점에서는 뚜렷하게 누군가를 주전 골키퍼로 낙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비롯되는 행복한 고민이 아니다. 안정감이 느껴지는 골키퍼를 찾아볼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한 상태다. 그 현실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최종관문의 서막이 이미 올랐다는 점에서, 그 아쉬움이 더욱 짙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중국을 3-2로 꺾은 한국은 오는 6일 중립지역인 말레이시아에서 시리아와 예선 2번째 경기를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상 시리아전 골문은 정성룡이 아닌 김진현 또는 김승규가 지킬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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