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승리는 한국이다. 하지만 왠지 진 것 같은 찜찜함을 감출 수가 없다. 막판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근미래에 다가올 중국 축구의 현실적인 라이벌화, 거기에 한국이 과연 잘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케 하는 공허함을 남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차전 중국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진땀승이었다. 일단 상대의 자책골로 앞서나가던 전반 종료 후에 헛헛함이 찾아왔다. 분명 1-0으로 앞서고 있고 한때 볼점유율이 8:2까지 차이날정도로 압도적이었는데도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플레이와 잦은 실수로 상쾌함을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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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후반 18분과 21분 이청용과 구자철의 연속골이 터지며 3-0까지 벌어졌을 때는 막힌 혈이 뚫리는 듯한 기분을 모두가 느꼈다. 이대로 관중들도, 선수들도 ‘3-0 완승’이라는 기분좋은 타이틀을 들고 집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방심은 중국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말았다. 후반 29분 유 하이가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가 한국 수비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자 볼 컨트롤 이후 잡더니 왼발 슈팅으로 한골을 만회했다.

이때 만해도 그저 한골 정도는 내줄 수 있는 골로 여겨졌다. 하지만 3분만인 후반 32분 페널티에어리어 바로 밖에서 허용한 프리킥때 교체해 들어간 하오준민이 그대로 오른발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3분 만에 3-0에서 3-2로 턱밑까지 추격당한 것이다.

중국은 이 골 이후 기세를 타 후반 33분에도 위협적인 공격으로 정성룡 골키퍼를 위협했고, 후반 39분에도 완벽한 역습 상황을 만들어내며 상암벌을 긴장시켰다. 한중전이 이정도로 숨 막힐 줄 아무도 몰랐던 전개였다.

다행히 한국은 3-2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29분부터 경기 종료까지 약 25분여간 사실상 버티는데 집중했다. 오죽하면 경기 막판 공격수를 빼고 수비형미드필더 정우영을 넣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나올 정도로 결과에 신경써야했다.

물론 중국 축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직 중국 대표팀은 중국리그가 외국인 선수 덕분에 발전한 것에 비해서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번에 월드컵 최종예선까지 올라온 것도 중국 내에서는 놀라는 눈치가 있을 정도다. 그런 중국에 ‘버티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3-0으로 이기고 있다는 자만심에 3분만에 2골을 허용한 점은 한국에게 패배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이날 경기장에는 1만여명이 넘는 중국 팬들이 황색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열광적 응원을 펼쳤다. 물론 한국 관객도 상당히 많이 오며 5만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지만 중국은 원정경기임에도 숫자나 응원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장관을 만들어냈다. 슈틸리케 감독, 대한축구협회 등에서 시작된 ‘직관 독려’가 아니었다면 홈경기임에도 원정경기와 다름없는 환경이 나올지도 몰랐고, 이는 한편으론 한국 축구 인기의 현실, 중국 축구 인기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홈에서 3-2로 힘겹게 이겼는데 과연 원정을 떠났을 때 한국이 자신 있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조차 의문을 남기게 됐다는 점 역시 ‘이겼는데도 진 듯한’ 공허함을 주는 중국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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