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중국 원정 응원단의 기세는 경기 전까지만 유효했다. 이후 한국 응원단의 기세가 중국 응원단의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중국을 꺾고 예선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중국에 3-2로 승리했다.

승리는 비단 경기장 위에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외 응원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을 압도하며 더없이 기분 좋은 승전보를 울렸다.

경기 전부터 자칫 장외 응원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졌다. 중국축구협회에 판매된 티켓 수만 1만5000장이었고, 여기에 별도로 경기장을 찾는 중국팬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진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정원의 절반가량인 3만 명의 중국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려는 킥오프 2시간여를 앞둔 시점부터 더욱 커졌다. 중국 응원단의 열기가 일찌감치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을 메우기 시작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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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중국은 경기장 외곽을 무리지어 돌아다니면서 중국 국기와 다양한 응원도구를 활용해 중국을 응원했다. 경기장 내 원정 응원석에도 일찌감치 많은 응원단이 들어차 경기 전부터 응원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반면 평일 저녁경기인 탓에 한국은 킥오프 30여 분을 앞둔 시점에도 관중석 곳곳이 텅 비어 대조를 이뤘다. 자칫 응원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킥오프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경기장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국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거듭 경기장에 들어서기 시작한 까닭이다. 그리고 이내 경기장에는 새로운 응원구호를 연습하는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 응원단이 응원가를 부르며 맞섰지만, 이내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에 묻혔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한국 응원단의 기세는 더욱 올라왔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거친 파울을 하면, 이내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공격 기회가 거듭 이어질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울려 퍼졌다.

전반 20분, 손흥민의 프리킥이 상대의 자책골로 이어진 직후에는 양 팀의 응원단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중국 응원단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지만,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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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응원단의 목소리는 한국 응원단의 단체 응원이 잠시 멈췄을 때만 들렸다. 특유의 “짜요(힘내라)”라는 응원이었다. 이에 대한 한국의 답은 “대~한민국”이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응원단의 목소리에 중국 응원단은 이내 침묵을 지켜야 했다.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응원단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고, 반면 중국 응원단은 좀처럼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18분과 21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연속골이 터진 직후에는 분위기가 더욱 극명하게 갈렸다. 경기장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파도타기가 이어졌다.

다만 한국은 이후 2골을 내리 내주며 중국에 추격의 불씨를 허용했다. 조용하던 중국 응원단도 뒤늦게 힘을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잠시 당황하던 한국 응원단이 다시금 우렁찬 목소리로 경기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결국 종료 휘슬과 함께 한국은 경기에서도, 장외에서도 승전보를 울렸다. 슈틸리케호의 첫 승에, 중국 응원단을 압도해낸 팬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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