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1월이었다.

2016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은 신태용 감독은 후반 초반까지 2-0으로 앞서나가자 욕심을 냈다. 일본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고 싶은 마음에 더 공격적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는 패착이 됐고 거짓말같이 3골을 연달아 허용하며 2-3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이 경기 이후 신태용 감독은 늘 이렇게 말한다. “한일전 역전패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최고의 교훈을 얻었다. 공격진이 아무리 좋아도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패한 것이 약이 됐다”고 말이다. 이 경기를 되새기는 신태용 감독은 분명 그 경기를 통해 ‘지킬 때는 지켜야 한다’는 실리적 교훈을 얻었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신 감독은 비기기만 하면 8강에 갈 수 있는 멕시코전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일본전 교훈을 받아들여 지켜야하는 상황인 멕시코전에서 지키는 선택을 할지, 아니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나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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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조별리그 C조 최종전 멕시코와 경기를 가진다.

양 팀 모두 피지에게 이기고, 독일에게 비기면서 똑같이 1승1무다. 하지만 한국이 피지를 상대로 8골을 넣은데 반해 멕시코는 5-1로 승리하면서 골득실이 한국이 앞서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하면 8강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멕시코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점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에도 같은 조에서 한국은 멕시코와 0-0으로 비겼다. 당시 멕시코는 금메달까지 따냈다. 이번도 그때와 마찬가지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기에 한국은 비기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이 멕시코를 상대로 어떤 전략과 전술을 택할지 관심이다. 피지전에서는 좀 더 공격적인 4-1-4-1을, 독일전에서는 4-2-3-1을 택했다. 두 경기 모두 공격적이었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는 비기기만해도 되기에 굳이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비기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나가기에는 또 애매하다. 비겨도 된다는 마음으로 나갔다가 비기지도 못하고 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상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가기에는 부담이 있다.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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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역시 멕시코전을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가 가진 생각을 밀고 나갈 것이다. 멕시코를 급하게 만들고 싶다. 공격진은 분명 골을 넣을 것이다. 수비만 되면 최소한 비긴다. 한두 가지 생각이 있는데 이틀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참 애매하다. 그런 와중에 지난 1월 있었던 일본전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당시 경기를 통해 신 감독은 ‘지켜야할 때는 지켜야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멕시코전이 ‘지켜야하는 경기’라는 판단이 든다면 충분히 지키는 전략으로 갈 수도 있는 신태용호다.

전반전을 이기고 끝낸다면 지켜야하는 당위성이 있지만 전반전을 비기며 마쳤다면 어떻게 될까. 45분만 버티면 8강이 가능한 상황에서 신 감독은 지키게 될까?

과연 신 감독은 한일전 패배를 통해 얻은 교훈을 멕시코전에 적용시킬까. 해답은 신태용 감독만 알고 경기상황만 얘기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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