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많은 골이 나오지는 않았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경기장에는 양 팀의 투지와 투혼이 가득 메웠다. 다리에 쥐가 나도록 한 발 더 뛰었고, 몸을 사리지 않고 서로와 치열하게 맞섰다. 결과를 떠나 박수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였다.

수원삼성과 성남FC가 FA컵 역사에 남을 대혈투를 벌였다. 두 팀은 13일 오후 7시 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 하나은행 FA CUP 8강전(6라운드)에서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접전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4강 진출권은 수원의 몫이 됐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값진 승전보를 울렸다.

다만 결과를 떠나 이날 두 팀의 경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상대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해 퇴장 당하는 옥에 티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이날 두 팀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치열했고, 또 처절했다.

경기 초반부터 흐름이 묘했다. 전반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김태윤과 이종성이 나란히 퇴장당했다. 경합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김태윤이 주먹으로 이종성을 가격했다. 김태윤은 레드카드를 받았고, 앞서 1장의 경고를 가지고 있던 이종성 역시 2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이른 시간 양 팀은 10대10으로 맞섰다.

5분 뒤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성남 공격의 핵심인 티아고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실려 나갔다. 성남에게는 치명타였다. 이후 전반 23분 0의 균형이 깨졌다. 고차원의 선제골이 터졌다. 홈팀 수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수원삼성-성남FC 선발 라인업. 그래픽=김명석
묘한 흐름은 끝나지 않았다. 전반 막판 구자룡이 퇴장을 당했다. 장학영의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2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다. 수원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필드를 누비는 선수는 성남이 1명 더 많았다.

후반들어 양 팀 사령탑의 교체카드가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서정원 감독은 조나탄과 산토스 대신 고승범과 박현범을 투입했다. 수비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도였다. 이에 질세라 김학범 감독은 미드필더 안상현 대신 공격수 김현을 투입하며 응수했다.

9대10의 싸움. 수원이 지키느냐, 성남이 균형을 맞추느냐의 싸움이 됐다. 성남의 파상공세가 펼쳐졌고, 수원은 버티기에 나섰다. 성남의 거듭된 슈팅에 수원은 몸을 날리는 수비로 맞섰다. 균형이 맞춰질 듯 맞춰지지 않는 접전이 펼쳐졌다. 수원 서포터스는 “힘을 내라 수원!”을 외치며 선수들이 조금만 더 버텨주기를 바랐다. 성남 서포터스도 동점골을 기대하는 응원가를 불렀다.

결국 후반 38분, 균형이 맞춰졌다. 교체 투입된 피투의 코너킥이 그대로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두 팀의 승부는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골 뿐만 아니라 퇴장 선수로 인한 공백까지 메워야 했던 양 팀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감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두 팀의 수적 균형이 중요치 않았다. 성남만큼이나 수원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의 골문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발이 무거워보이는데도, 한 발 더 뛰면서 상대 골문을 향해 전진했다. 수비하는 쪽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또 버텨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리에 쥐가 나는 선수들도 속출했다. 다만 곧 일어나 다시 또 발을 내디뎠다.

선수들의 투지와 투혼에 관중들도 박수를 보냈다. 서포터스는 물론 일반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로 두 팀을 격려했다. 두 팀의 운명은 승부차기 끝에 결정됐다. 양형모가 두 차례나 선방쇼를 펼친 수원이 짜릿한 승전보를 울렸다. 120분의 혈투, 박수가 아깝지 않을 두 팀의 명승부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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