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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상대의 실축과 맞물려 아르헨티나가 유리한 고지에 오를 기회였다. 그러나 그의 왼발을 떠난 공은 골대를 외면한 채 관중석으로 향했다. 경기장에는 팬들의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는 또 다른 실축이 나오면서 결국 승부차기 끝에 졌다. 2016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우승에 실패하는 순간이자, 최근 3년 연속 메이저대회 준우승에 그치는 순간이었다.

실축했던 그는 얼굴을 그라운드에 파묻었다. 눈가에는 눈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들은 일제히 속보를 전했다.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은퇴한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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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의 우승, 유일했던 메시의 한계

메시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으로 2004년 프로에 데뷔한 뒤, 프로 통산 531경기 453골을 기록했다. 169cm의 단신이지만 특유의 스피드와 볼 컨트롤, 슈팅 능력 등을 겸비해 일찌감치 세계적인 선수로 명성을 떨쳤다.

수차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많은 개인상도 받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8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등 그가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만 28개나 됐다. 바르셀로나가 2000년대 중반 이후 스페인과 유럽을 평정하는데 늘 그가 중심에 있었다.

또 5차례나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프리메라리가 득점왕도 3번이나 차지했다. FIFA 올해의 선수상, FIFA 발롱도르, UEFA 최우수선수상 등 세계와 유럽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도 그의 몫일 때가 많았다. 자연스레 그는 브라질의 축구영웅 펠레(76)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56) 등 역사적인 선수들과 비교대상에도 자주 올랐다.

다만 그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펠레와 마라도나는 이뤄냈지만, 메시는 아직 이루지 못한 ‘대표팀의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일각에서는 이 한계를 넘지 못하는 한, 메시가 펠레와 마라도나의 아성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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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닿지 않았던 우승과의 인연

메시는 유독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5년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우승, 2008년 베이징(중국) 올림픽 금메달의 성과는 이뤘지만, 성인대표팀에서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늘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했던 아르헨티나의 전력을 고려해 스페인 언론은 ‘메시,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징크스’라는 표현을 썼다.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07년 코파 아메리카를 통해 그는 처음 메이저 대회 결승 무대에 섰다. 메시는 8강, 4강전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팀의 결승 진출에 힘을 보탰다. 다만 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침묵을 지켰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0-3으로 져 첫 우승에 실패했다.

2014년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을 통해 2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메시도 조별리그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아르헨티나의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이후 팀이 결승까지 오르면서 월드컵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메시는 침묵했고,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연장접전 끝에 0-1로 졌다.

1년 뒤 3번째 기회였던 2015년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그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1골에 그쳤고, 토너먼트에서도 거듭 침묵을 지켰다. 칠레와의 결승전에서도 상대의 골망을 흔들지 못한 그는 결국 팀의 승부차기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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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적기였던 올해, 또 다시 눈물을 흘리다

코파 아메리카 100주년을 기념하는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는 우승 징크스를 털어낼 절호의 기회였다. FIFA랭킹 1위가 말해주듯 아르헨티나의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대회를 앞두고 베팅업체들이 예상한 우승후보 1순위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메시를 필두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전력이 그 중심에 있었다.

과정도 더할 나위 없었다. 칠레를 2-1로 꺾으며 첫 걸음을 내디딘 뒤 파나마와 볼리비아를 대파하며 조별리그 전승으로 8강에 올랐다. 마침 유력한 우승 경쟁팀인 브라질과 우루과이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아르헨티나는 베네수엘라, 미국마저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메시는 토너먼트 2경기 연속 1골2도움을 기록했다. 우승의 적기이자, 메시의 ‘대관식’을 열 기회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그러나 메시와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결승전에서 멈췄다. 정규시간과 연장전을 0-0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칠레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는 첫 번째 키커의 실축으로 기회가 찾아오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첫 키커였던 메시의 슈팅이 허공을 향해 날아갔다. 이후 루카스 비글리아(30·라치오)의 실축까지 더한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2-4로 졌다.

또 다시 반복된 역사, 특히 3년 연속 대회 결승전 무대에서 무릎을 꿇은 아픔은 컸다. 특히 무득점뿐만 아니라 승부차기 실축까지 범한 메시에게는 더욱 아픈 결과였다. 결국 그는 경기 후 “이런 일이 또 벌어졌다. 최선을 다했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했다”면서 “이제 나의 국가대표팀 생활은 끝났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대표팀 은퇴 선언이었다.

그의 은퇴 결정에 아르헨티나가 들썩였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비롯해 오라시오 라레타 로드리게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디에고 마라도나 등 유명인사들이 그의 은퇴를 만류하고 나섰다.

팬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메시 떠나지마(No te vayas Lio)'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은퇴 결심을 굳히느냐, 아니면 다시 한 번 대관식에 도전하느냐. 전 세계가 또 한 번 메시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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