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그래도 준우승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뒤에 마드리드라는 지명이 들어간 것만 빼고는 비교자체가 힘들 정도로 원래 차이가 큰 팀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승부차기라는 벼랑 끝까지 몰고 갔고, 자신들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3시 45분 이탈리아 밀라노의 스타디오 산 시로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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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했다는 결과만 보면 결승전은 실패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다. 하지만 ATM은 승부차기라는 벼랑끝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몰고갔고 경기내용에서도 사실상 승리했다. 이는 기상천외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용병술에서 나왔다.

기존의 ATM의 승리 패턴은 탄탄한 수비 후 역습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ATM은 시작부터 내려앉기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했고 이에 레알 마드리드는 당황했다. 물론 전반 15분 레알 마드리드의 골이 터지며 ATM은 궁지에 몰렸지만 이후부터는 더욱 거센 공격으로 몰아쳤다.

이날 특별해설을 맡은 박지성 역시 “레알 마드리드가 득점후 소극적으로 하다보니 ATM이 공격적으로 경기를 잘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조금 더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했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점 후 ATM은 거센 공격으로 레알 마드리드에게 꾸준히 득점 기회를 잡았고 결국 후반 초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동점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믿었던 앙투앙 그리츠만의 실축에 눈물흘리나 했다. 하지만 시메오네 감독에게는 용병술이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시메오네는 아우구스토 페르난데스를 빼고 윙어인 야니크 카라스코를 투입했고 카라스코는 측면을 휘저으며 ATM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단순히 공격에 도움을 준 것을 넘어 카라스코는 종료 10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까지 넣으며 교체카드의 역할을 다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남은 교체카드 두장을 남겨뒀다 연장들어 선수들이 다리 경련을 일으키자 이 교체 2장을 모두 쓰며 대응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은 연장 들어 가레스 베일이 다리 경련으로 거의 뛰지 못했음에도 이미 교체카드를 모두 써 속수무책이기도 한 것과 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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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와 ATM은 선수 이적료도 2배 이상차이가 날 정도로 클럽 규모에 한계가 있다. ATM은 많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마드리드하면 레알을 떠올린다. 그러나 어느새 ATM은 레알 마드리드를 궁지에 몰아넣을 정도로 컸고 이는 훨씬 적은 돈과 투자, 응원 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그리고 그 토대는 모두 시메오네 감독과 함께 시작됐다. 비록 준우승이라 할지라도 결코 시메오네 감독의 역량과 ATM의 저력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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