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전북현대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파문은 큰 충격을 안겼다. 허탈해하는 것은 팬들만이 아니다. 정직하기 때문에 손해를 본 선량한 피해자도 있다. 바로 함께 리그를 펼치고 있는 팀들의 이야기다.

사건의 파장은 지난 22일 늦은밤 부산 지역 언론 보도로부터 시작됐다. `J구단 스카우트가 2013년 유리한 판정을 대가로 금품수수로 심판 매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보도는 다음날 오전부터 전 언론에 퍼졌다. 결국 `J구단'이 전북 현대임이 밝혀졌고, 전북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 전북은 해당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공식입장을 정리하며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북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망하셨을 팬들에게 사과한다”는 요지로 고개를 숙였다.

전북은 명실공히 K리그 최고의 구단이다. 단순히 성적(7년간 4회우승)을 넘어 마케팅, 지역밀착도, 스타플레이어 보유, 팀에 대한 투자 등 모든 부분에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를 노리기에 충분한 팀이었다.

하지만 전북의 이 같은 심판매수 스캔들은 K리그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에게 실망을 넘어 의심까지 안겼다.

여러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 금품을 수수했다고 알려진 심판이 진행했던 경기의 반대쪽에 서있던 팀들이다.

물론 어떤 경기에 심판을 봤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2013년에 한정됐는지 그 이전과 이후에도 이뤄졌는지도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떤 팀이든 이길 경기를 비겼거나, 비길 경기를 졌을지도 모른다.

예시를 보자. 시계를 1년으로 돌려 2015년 8월 31일 성남과 전북의 경기에서 성남은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당시 성남 이재명 시장(구단주)은 명백한 오심으로 인한 패배에 불만을 토로했고 SNS에 심판기피제 도입을 주장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해당 경기에 연맹은 오심을 인정하고 해당 심판에 대해 5경기 정지의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를 당한 성남에게 주어진 혜택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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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은 지난해 K리그 클래식에서 승점 60으로 5위를 차지했다. 4위는 승점 62의 FC서울이 차지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만약 성남이 전북 경기에서 이겼다면 승점 63으로 4위까지 바라볼 수도 있었다.

K리그에 2013년 ‘동영상 분석에 따른 출전정지 및 감면 제도’ 실시 후 가장 먼저 오심이 드러나면서 `혜택(?)'을 본 팀이 성남이었다. 성남은 2013년 7월 서울과의 경기 중 수비수 임채민의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경기를 망쳤다.

나중에 동영상 분석에 의해 임채민의 반칙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지만 성남은 당시 숫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채 0-1로 뒤지다 0-3으로 크게 졌다. 성남은 대표적으로 오심으로 인한 피해가 많은 팀으로 거론되면서 구단주가 2014년 11월 연맹의 제도에 사상 처음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같은 오심 확정 경기에도 피해를 본 선량한 팀에게는 아무런 이익은 없었다.

단순히 성남을 넘어 K리그의 타 팀들도 만약 심판매수가 있었다면 이로 인한 피해를 봤을 것이 분명하다. 오직 그 팀들의 죄는 정직했다는 것 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피해는 정직한 팀이 본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아이러니다.

팬들도 심판매수 사건에 가슴이 멍들고 있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 기간 동안 억울한 경기가 있었던 팀들의 가슴도 멍들고 있다. 그 누구도 이에 대해 보상해줄 수 없다. 억울함은 정직한 자의 몫이다. 선량한 피해자는 속으로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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