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전주=이재호 기자] 전북 서포터즈는 허탈해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팀이 이같은 대형스캔들의 중심에 선 것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듯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이 사태가 흐지부지 덮일 경우에는 팬들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항의인 아예 경기장을 찾지 않는 보이콧까지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북은 24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멜버튼 빅토리(호주)와의 홈경기에서 레오나르도의 전 후반 각각 1골이 터지며 2-1로 승리했다. 이로서 전북은 1차전 호주원정 1-1 결과를 합쳐 3-2로 승리하며 두시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사건의 발단은 22일 늦은밤 부산 지역 언론으로부터였다. `2013년 J구단 스카우터가 유리한 판정을 대가로 금품수수로 심판 매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보도는 다음날 오전부터 전 언론에 퍼졌다. 결국 `J구단'이 전북 현대임이 밝혀졌고, 전북 역시 이를 인정하고 검찰수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전북은 해당 스카우터의 개인의 일탈로 공식입장을 정리하며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날 경기전 만난 전북 서포터즈 연합회는 허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모두들 평소 같은 열정을 가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몇몇 팬들은 도리어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응원하기도 했다.

전북 서포터즈 그룹 8개 연합체인 M.G.B(Mad Green Boys)의 익명을 요구한 한 서포터즈는 “우리는 이미 공식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면서 더 많은 얘기를 하기 껄끄러워했다.

M.G.B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단은 이번 사태를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며, 철저한 내부 조사와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개선해 나갈 부분에서는 어떠한 책임이나 고통이 따르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만난 한 서포터즈에게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자 “만약 이 사태를 전북측에서 흐지부지 덮게 된다면 보이콧까지 할 생각도 있다. 이번 사태는 전북에겐 아프지만 K리그 전체를 위해서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 사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바로 24일 ACL 16강 2차전 멜버른전부터 보이콧을 하지 않았는지를 묻자 “사실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기전에 일부에서는 ‘보이콧을 하자’는 얘기가 이미 논의되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이 사안은 조사 중이다. 무엇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포터즈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인 보이콧을 하는건 성급한 행동이라 여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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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번 사태가 그냥 흐지부지 끝난다면 서포터즈는 팬들이 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서포터즈들이 일반석에만 앉는 것을 넘어 보이콧까지 충분히 할 용의도 있다. 전북 구단 측은 철저한 조사를 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은 서포터즈가 구단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별한 걸개가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역시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는 시점에서 성급하다고 본다”면서 “이후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서포터즈도 걸개 등을 통해 우리만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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