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올 시즌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최전방 공격수의 연이은 침묵이었다.

수원은 조동건(30)과 김건희(21) 김종민(24) 이고르(24) 등 4명의 최전방 공격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전방을 책임져줄 만한 확실한 해결사는 없었다. 앞선 선수들 가운데 골을 터뜨린 선수가 조동건(1골)이 유일할 정도였다.

특히 권창훈이나 산토스 등 2선 자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침묵은 서 감독의 고민을 더욱 깊게 했다. 최전방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주지 못하다보니 공격력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3일 상하이 상강(중국)을 상대로 쏘아 올린 ‘신예’ 김건희의 멀티골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김건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하이와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 선발 출전, 팀의 선제골과 후반 쐐기골을 터뜨렸다. 프로 데뷔골이자 첫 멀티골 경기였다.

김건희는 전반 7분 만에 상대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직접 키커로 나서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2월 프로 데뷔 이후 터뜨린 첫 골이자, 빅버드 500번째 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그는 후반 10분 백지훈의 빗맞은 슈팅을 절묘하게 방향을 바꾸면서 또 한 번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김건희는 후반 27분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고, 경기는 그의 멀티골을 앞세운 수원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물론 결과적으로 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날 그의 멀티골은 빛이 바랬다. 이미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대가 라인업에 힘을 뺀 경기라는 것 역시 감안해야 했다.

다만 앞서 8경기에서 거듭 지키던 침묵을 마침내 깨트렸다는 점, 그리고 그가 이제 갓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았다. 이날 터뜨린 멀티골이 고스란히 '자신감'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까지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설 정도로 서정원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까지 얻고 있는 만큼, 자신감을 품게 된 김건희의 향후 활약은 더욱 더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서정원 감독의 깊은 고민을 풀어줄 만한 실마리, 그리고 수원의 공격이 한층 더 강해질 발판이 마침내 마련된 셈이기도 하다.

한편 멀티골을 터뜨린 직후 김건희는 “골도 넣었고, 승리도 해서 기분은 좋지만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떨어져서 팬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K리그에 더 전념해서 다시 올라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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