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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레스터 시티는 또 다시 승전보를 울렸고, 토트넘 홋스퍼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를 또 놓쳤다. 반복과 누적을 거친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우승팀의 향방마저도 크게 갈라놓았다.

치열했던 2015~2016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이 레스터 시티로 확정됐다. 레스터 시티는 3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2위 토트넘 홋스퍼가 첼시를 이기지 못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승점 77점(22승9무3패)인 레스터 시티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지더라도 토트넘(승점70·19승13무4패)보다 앞선다. 레스터 시티가 정상에 오른 것은 1884년 구단 창단 이후 처음이다.

시즌 내내 치열했던 두 팀의 구도를 돌아본다면 생각보다 일찍, 그리고 조금은 맥 빠지게 막을 내린 모양새다.

그 배경에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무서울 정도로 집중력을 유지한 레스터 시티에 비해, 토트넘은 잡아야 할 경기를 번번이 놓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한때 2점차까지 좁혀졌던 두 팀의 격차가 끝내 뒤집히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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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6라운드만 하더라도 두 팀의 격차는 2점차까지 좁혀졌다. 레스터 시티가 아스널에 패배하고, 토트넘이 맨체스터 시티를 잡았던 그 라운드였다. 시즌 중반까지 이어지던 레스터 시티의 ‘돌풍’이 사그라지고, 토트넘이 곧 리그 선두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랐다. 유럽 베팅업체들이 승점이 뒤져있는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을 더 높게 본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2점차까지 좁혀진 두 팀의 격차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았다. 3월 2일 레스터 시티가 WBA와 2-2로 비기면서 토트넘은 승점 동률을 이룰 기회를 잡았지만, 이튿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오히려 0-1로 패배했다. 그 다음 라운드에서는 반대로 토트넘이 아스널과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레스터 시티가 왓포드를 적지에서 잡아내며 승점차를 벌렸다.

이후 레스터 시티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크리스털 팰리스, 사우스햄튼을 단 1골만 넣고도 승리하면서 내리 승점을 쌓았다. 토트넘도 애스턴 빌라와 AFC본머스 등을 잡아내며 추격을 이어갔지만, 리버풀과의 3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또 다시 무승부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시즌 막판 극적인 반전이 찾아오는 듯 보였다. 34라운드에서 레스터 시티가 웨스트햄과 2-2로 비긴 뒤, 토트넘이 스토크 시티를 4-0으로 대파하면서 두 팀의 격차는 두 달 만에 다시 좁혀졌다.

이 과정에서 레스터 시티는 ‘주포’ 제이미 바디의 징계 결장까지 더해졌다. 바디가 없는 레스터 시티가 한 경기만 미끄러져도, 두 팀의 격차는 2점으로 좁혀질 수 있었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우승 레이스가 펼쳐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팀내 득점 1위 선수 없이도 레스터 시티는 강했다. 스완지 시티를 4-0으로 대파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오히려 이튿날 WBA를 홈으로 불러들인 토트넘이 승리를 놓치면서 격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좀처럼 흔들리지 않던 레스터 시티의 집중력은 꿋꿋했지만, 토트넘은 또 다시 스스로 미끄러지면서 고개를 숙인 것이다. 아직 우승팀이 바뀔 경우의 수가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스터 시티의 우승이 기정사실화되던 분위기 역시 반복된 앞선 상황들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토트넘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마저도 스스로 놓쳤다. 1일 레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비기면서 토트넘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남았지만, 전제조건인 첼시전 승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2-0으로 앞서던 경기를 지키지 못하면서 토트넘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시즌 마지막까지도 굳건했던 레스터 시티, 그리고 중요한 순간마다 흔들렸던 토트넘의 '엇갈린 집중력'은 결국 두 팀이 설 자리도 명확하게 갈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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