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딱 20여분이었다. 한국은 일본에 전혀 뒤지지 않게 몰아쳤다. 20여분동안 한국은 PK를 얻어낸 것과 별개로 골까지 기록했다. 이 20분을 위해 한국은 70분간 슈팅 1개라는 굴욕을 참아냈고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2일 일본 오사카의 긴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후반 39분 골을 내주며 패배가 짙었으나 후반 42분 정설빈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윤덕여호는 북한전 1-1 무승부 이후 2연속 무승부. 반면 일본은 호주전 1-3 패배 이후 한국전에서 또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사실 일본은 한국의 모든 종목에서 라이벌이지만 여자 축구만큼은 분명 객관적 전력차를 인정해야한다. 일본은 한국이 처음으로 16강을 밟은 지난 2015 FIFA 여자월드컵에서 준우승까지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 강호다. 여자축구 저변과 선수 숫자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수로 여자축구에 대한 인기가 설명된다.

단순히 객관적 전력이 나은 것만이 아닌 일본은 홈구장에서 이번 대회를 가지는 이점까지 안았다. 윤덕여호 입장에서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윤덕여 감독은 괜한 맞불보다는 철저하게 웅크리기로 했다. 실제로 전반 5분여 나온 지소연의 슈팅 이후 한국은 후반 25분까지 단 한차례의 슈팅도 때려내지 못했다. 물론 공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비에 모든 전력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답답했다. 한국의 공격모습을 보고싶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언제 골을 먹을지 모르는 상황이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윤덕여호는 더더 웅크렸고 호주전 1-3 패배로 초조한 일본 입장에서는 오버페이스로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후반 중반을 넘으면서 체력적 문제를 드러냈다.

바로 이때 윤덕여 감독은 후반 21분 전가을 교체투입을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 전가을 투입을 신호로 한국 선수들은 공격태세로 180도 돌변했다. 공격은 날카로웠고 일본 선수들은 당황했다. 결국 후반 25분 상대의 핸들링 반칙으로 PK까지 얻어냈다. 지소연의 실축이 나왔지만 사실상 골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후 물론 어이없는 수비진의 실책으로 후반 39분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일본 역시 골키퍼 실수가 나오며 정설빈이 실점 허용 후 3분 만에 천금같은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됐다.

분명 일본은 무지막지하게 한국을 공격했다. 이에 한국은 라이벌 일본에게 70분간 슈팅을 하나밖에 날리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그러나 한국은 그 굴욕을 딛고 PK와 함께 감격적인 동점골까지 만들어냈다. 적지에서 일궈낸 가치 있는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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