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뼈아팠다. 그 PK가 들어갔다면 아마 한국은 무려 22년여간 이어온 일본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깰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지소연도 펑펑 울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2일 일본 오사카의 긴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후반 39분 골을 내주며 패배가 짙었으나 후반 42분 정설빈의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거뒀다.

윤덕여호는 북한전 1-1 무승부 이후 2연속 무승부. 반면 일본은 호주전 1-3 패배 이후 한국전에서 또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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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의 결정적 장면은 후반 25분경 나왔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상대 수비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정설빈과 경합 중 손을 쓰며 핸들링 반칙이 선언된 것. 페널티킥이 나자 당연히 팀의 에이스인 지소연이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이상하게 여백이 길었던 지소연의 킥은 다소 허무하게 왼쪽으로 몸을 날린 골키퍼에게 막히며 한국은 그동안 수비만 해오며 기다려온 단 한번의 기회를 날렸다.

이후 후반 39분 일본에게 골을 허용할 때만 해도 지소연의 PK실축은 더 크게 가슴을 후벼 팠다. 다행히 3분 만에 정설빈이 만회골을 넣으며 동점으로 경기가 끝났기에망정이지 정말 0-1로 그대로 졌다면 지소연은 패배의 모든 책임을 쓸 뻔했다.

지소연은 경기 후 펑펑 울었다. 오사카 현지에 있는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소연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자 펑펑 울며 자책했다. “내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해 너무 미안하다. 어떤 말을 하기도 어렵다”며 “심리 싸움에서 내가 진 탓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동료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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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속으론 여리기로 알려진 지소연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번 PK실축은 분명 가슴에 큰 멍에로 남을 것이다. 일본에서 선수생활도 하고 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선수인 만큼 본인 스스로 이번 PK실축이 얼마나 큰 아쉬움인지 잘 알 것이기 ㄸㅒ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주저앉을 순 없다. 한국은 최대고비로 여겨졌던 북한-일본전을 모두 무승부로 마쳤다. 윤덕여 감독 역시 일본전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북한, 일본전은 승점만 따는 것이 목표였다”며 사실상 무승부를 염두해뒀음을 밝히기도 했다.

대표팀은 애초에 승부수를 일본전 이후 이어지는 호주-중국-베트남 전에 걸었다. 당장 이틀 후에 열리는 호주전에서 한국은 반드시 승리해야한다. 물론 호주가 일본을 꺾으며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호주를 이기지 못하면 올림픽 티켓은 없다.

그렇기에 지소연이 실의에만 빠져있어서는 안된다. 물론 큰 상처였겠지만 고작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는 휴식 속에 어서 PK실축을 털어내야만 한다. 잔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큰 선수는 하루빨리 나빴던 순간을 잊고 좋았던 순간만 기억하고 다음경기에 임한다. 지소연에게도 그런 강한 정신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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