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구FC가 아닌 상주 상무의 2015 K리그 챌린지 우승이 확정되자 상주는 본의 아니게 ‘악당’이 되어야했다. 많은 축구 팬들은 ‘상주가 아닌 대구나 서울 이랜드 FC가 승격했어야 했다’며 한탄했다.

한숨의 골자는 이렇다. ‘어차피 상주는 또 강등될 팀이기 때문’이라는 것. 거기다 9월이면 전역으로 인해 반쪽짜리 팀이 되는데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ACL 무대에 나갈 수 없는 군팀 특성으로 인해 반발심이 있는 것.

상주 상무의 전지훈련지인 경남 삼천포에서 만난 조진호(43) 신임 감독도 “그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상주 선수들도 열심히 했기에 정당한 결과물을 얻었다.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달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난해 12월 박항서 감독의 후임으로 제3대감독으로 상주 상무의 지휘봉을 잡은 조진호 감독은 선수들과 2개월 여간 선수들과 함께해본 소감에 대해 “확실히 대표급에 각팀 주축 선수들이다보니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다. 감독으로서 참 편하다”고 했다.

“사실 제가 대전에서 지난 시즌 시즌 중 나가는 아픔을 겪었고 그 속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대전에서의 경험이 이번 상주에서의 시즌을 다르게 할 겁니다. 선수구성도 좋고 클래식에 올라와 선수단의 의욕도 좋습니다. 올해는 한번 대전에서 이루지 못했던 축구를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상주는 그동안 40여명에 가까운 스쿼드에도 지나친 베스트11 고집으로 인해 내홍을 겪었다. 조진호 감독은 “우리팀에 총 37명의 선수가 있다. 한 선수가 40경기에 달하는 시즌을 모두 소화할 순 없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잘 준비된 선수라면 누구라도 투입하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져갈 것이다”라며 “기본적으로 나의 축구철학은 선수에 맞추는 축구다. 선수들을 보니 기술력이 워낙 좋아 패싱게임과 공격 축구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지난 시즌 문제가 됐던 수비 밸런스 부분도 겨우내 신경 쓰고 있다. 4-2-3-1을 기본으로 하되 4-3-3은 물론 스리백, 파이브백 등 상대와 선수들에 맞는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상주는 늘 선수단 구성은 준 대표급 구성이었다. 올 시즌도 한상운, 조동건, 박기동, 임상협, 황일수, 조영철(이상 FW), 이승기, 김성환(이상 MF), 강민수, 이용, 박진포, 이웅희(이상 DF) 같은 선수들이 모두 상주에 있다. 혹자는 ‘외국인 선수가 없고 초특급 선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을 뿐이지 국내 선수만 비교하면 상위 스플릿은 물론 ACL 진출티켓선까지도 가능한 두터운 스쿼드’라며 혀를 내두른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조진호 감독 역시 칭찬 일색이었다. “요즘 선수들에게 스킨십도 많이 하고 ‘잘한다’며 칭찬도 한다. 선수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우러나와 하는 말이기도 하다. 참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가 없는 단점뿐이지 정말 선수단 구성은 좋다. 결국 선수단의 결속력을 다지는 것이 시즌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간절함과 절박함을 각인시키는 중이다. 현재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 같은데 결국 중요한건 지속성이다. 의욕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선수는 이름과 상관없이 경기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2012시즌 강제 강등, 2013시즌 승격, 2014시즌 강등, 2015시즌 승격으로 상주도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세 번의 강등을 당하는 팀이 될까 노심초사 중이지만 조진호 감독 역시 두 번의 강등시즌을 당할까 걱정이다. 이미 지난 시즌 대전에서의 트라우마가 있는 조진호 감독은 “솔직히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두 번 강등을 당하는 감독이 되고 싶지 않다”며 “제 개인적으로도, 상주라는 팀으로서도 치욕의 역사를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승격 후 강등이라는 역사를 반복할 순 없습니다. 이를 위해 무한 경쟁 체재를 통해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상주 상무를 강등 0순위로 꼽는다는데 전 그렇게 못합니다. 요즘 유행어로 말하자면 ‘상위 스플릿 간다고 전해라’고 하고 싶네요. 우리 선수들은 그런 저력이 있는 선수들입니다.”

상주 상무 조진호 감독(왼쪽 두번째)과 코칭 스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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