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함안=이재호 기자]이상협(30·경남 FC)은 솔직했다. 조금 꺼려할 수 있는 자신의 상황이나 생각에 대해 “굳이 꾸밀 필요가 없다”며 수사여구도 없이 가감 없이 말했다.

12일 경남FC의 클럽하우스가 있는 경남 함안에서 만나 단적으로 ‘어떻게 K리그 클래식 우승팀 전북 소속에서 챌린지에서도 하위권인 경남FC 행을 택하게 됐냐’는 질문에 “제의한 클래식팀보다 경남의 (경제적)조건이 더 좋았다”는 말과 함께 “경제적 조건 보장, 출전 기회 등 모든 면에서 경남이 나았다. 클래식에 뛰는 것보다 현실을 봐야했다. 모든 면에서 경남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속 시원한 답변으로 뒤끝이 없게 했다.

또한 전북에서 뛰었던 시간들에 대한 소회를 말해달라고 하자 “솔직히 전북은 제가 갈 팀이 아니었다”며 “유럽축구를 보면 깜짝 활약하다 명문클럽에 갔는데 실패해서 돌아오는 선수 많지 않나. 나 역시 그 맘을 공감한다. 전북은 모든 면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줬지만 정작 경기에 나서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너무 솔직한거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그게 현실이었다. 전북은 내가 가기엔 너무 큰 팀이었다”고 말한 이상협이었다.

통쾌한 왼발 슈팅으로 ‘미친 왼발’로 불리던 이상협이 경남FC에 왔다. 직전시즌까지 ‘최강’ 전북에서 뛰던 선수가 심판 금품수수로 인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승점 10 삭감에서 챌린지리그를 시작하는 경남으로 온 것.

사실 이상협에게 경남은 ‘처음인 듯 처음 아닌 처음인’ 팀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실 이상협은 2011시즌을 앞두고 제주에서 경남으로 이적이 사실상 확정돼 2011시즌 준비 동계훈련을 경남에서 했다. 경남의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하고, 심지어 포토데이도 마쳐 경남 홈페이지에 올라갈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 한 팬은 이상협의 이름이 적힌 경남 유니폼에 사인도 받아갔다.

하지만 1:1 트레이드가 예정돼있었던 다른 선수의 신체검사 불합격으로 인해 다시 원소속팀이었던 제주로 돌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았다. 제주의 ACL 첫 경기가 열리기 불과 3일전, 경남에서 돌아간 것이다.

이상협은 그때를 떠올리며 “정말 황당했다. 경남에서 뛸 생각도 하고 팀 구상에 맞춰 훈련도 했는데 참 웃음밖에 안 나왔다”고 했다. 6년이 지나 이번에는 진짜 정식 입단한 경남에 대해서 “2011시즌의 경남과는 많이 다른 팀이 됐다. 그때는 1부리그에서도 중상위권 팀이었는데…”라며 아쉬움을 다셨다.

훈련에 합류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상협은 올 시즌은 정말 자신 있다고 했다. “사실 시즌 시작 전에 늘 하는 얘기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자신 있다. 새롭게 오신 김종부 감독님이 절 믿어주신다. FC서울 세뇰 귀네슈 감독 밑에서 뛰던 이후로 가장 마음 편하게 뛰고 있다. 상주 상무 시절 17골을 넣었던 2013시즌의 체중 85kg으로 회복했고 컨디션도 좋다”며 팀의 핵심 공격수로서 제 역할을 할 것임을 자신했다.

이상협은 전북을 "내가 가기엔 너무 컸던 팀"이라고 회상한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상협에게 물었다. ‘미친 왼발’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왼발 킥의 비결이 무엇인지. 그러자 이상협은 “사실 지금의 왼발은 학창시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냉정히 학창시절에 100이었다면 현재는 50밖에 안될 정도로 왼발이 위력적이지 못하다”는 놀라운 말과 함께 “모든 선수마다 자신만의 특기가 있지 않나. 난 스스로 왼발 킥에 자신이 있어 개인연습에 왼발 킥을 특별히 투자를 했다”고 했다.

또한 “나만의 타이밍이 있다. 남들은 안 되는 타이밍이라고 여기지만 전 많이 차봤기에 ‘이 타이밍에 왼발로 때리며 될 것 같다’는 설명하기 힘든 감이 있다”며 묵직하고 힘찬 킥력의 비밀에 대해 귀띔하기도 했다.

“2013시즌 상주 상무 시절, 17골을 넣었던 기록을 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는 이상협은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하면 인터뷰를 마쳤다.

“예전에는 ‘미친 왼발’이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그 수식어가 수그러들고 없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미친 왼발’이라 불리던 시절과 비슷한 몸상태로 돌아왔기 때문에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축구 커뮤니티 같은 곳에 보면 서울이랑 상주 상무 있던 시절에는 ‘미친 왼발’ 스페셜 영상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없다. 올해 경남에서 그 ‘미친 왼발’ 스페셜 영상을 다시 만드실 수 있게 하겠다.”

상주 상무 시절 17골을 넣으며 활약했던 2013시즌의 이상협.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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