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함안=이재호 기자] 기억하는가.

1983년 박종환 감독 밑에서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 속 가장 뛰어났던 김종부(51)를. 김종부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2002 한일 월드컵 이전에 축구로서는 가장 국민적 관심을 끌게 했던 1983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의 주축 멤버였고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불가리아전에 골을 넣으며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승점 획득(1-1 무승부)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가히 한국축구사에 남을 전설적인 선수였다.

물론 프로에서는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비운의 천재’라는 수식어만 달고 은퇴했지만 김종부 감독은 짧고 굵게 활동했던 선수로만 축구계에 자신을 각인시킨게 전부가 아니었다.

선수 은퇴 후 거제고등학교 감독을 시작으로 동의대, 중동고를 거치며 약 15년간 학원축구를 경험했다. 김종부 감독은 양주 시민축구단과 화성FC라는 아마추어인 K3리그 소속의 팀의 감독으로 성인 축구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김 감독은 창단팀이었던 화성을 맡아 창단 2년 만에 팀을 우승시켰고, 지난 시즌에는 FA컵 16강까지 진출해 FC서울과 맞붙기도 했다.

그런 지도력을 눈여겨본 경남은 무너져가는 팀을 잡아주고 재정비할 적임자로 김종부 감독을 선택했다. 새롭게 경남의 지휘봉을 잡은 후 온라인매체와 처음 진행하는 인터뷰를 통해 김종부 감독의 선수시절 회상, 학원축구부터 K3까지 거친 감독 생활, 현재까지 이어져 경남을 맡은 소감까지 12일 함안 경남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호마리우, 둥가랑 뛰어봤나? 짧고 굵었던 선수생활

Q.1983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은 무려 4강까지 진출했다. 당시 한국 청소년들이 역사를 써내려가는 모습에 국민들은 환호했고 그 속에 감독님이 있었다.
김종부 감독(이하 김) : 그때가 막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던 시절이었어요. 대표선수나 되야 인조잔디를 밟아보고, 망치질한 징박힌 축구화를 벗을 수 있는 환경이었던거죠. 그런 환경 속에서 대표팀이 선전하니 관심이 많았죠.

Q.1983 청소년 대회 4강전이 브라질과의 일전이었습니다. 1-2로 패했지만 감독님이 먼저 골을 넣어 결승진출에 대한 희망이 있기도 했죠. 당시 상대했던 선수가 호마리우, 둥가 같은 엄청난 선수들이었네요.
김 : 당시는 전력분석이라는게 없었죠. 지나고 나니까 그 선수들 중에 그런 대선수가 있었던걸 알았던거죠. 30년이 더 됐지만 분명히 기억하는건 브라질 선수들의 기량이 정말 대단했다는 거예요. 주눅 들질 않아요. 한골을 넣었는데 당황하지 않고 저희를 압박하고, 수비와 1대1기회가 나면 거의 다 뚫어요. 지금 떠올려보면 그런 팀과 해본게 축구선수로서 꿈을 이룬 거고 로망에 다다랐던 거죠.

Q.감독님은 1983 세계청소년대회뿐만 아니라 1986 월드컵에서는 한국 월드컵사 첫승점을 따내게한 주인공(불가리아전 동점골 1-1 무승부)이십니다.
김 : 당시만 해도 30여년만에 나가는 월드컵이었고 승점은 생각하기도 힘든 때였죠. 그리고 첫 승점을 따냈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 대단함을 인지하지 못했죠. 나중에 되니까 그게 주목을 받고 요즘에도 가끔씩 TV에서 틀어주고 하더라고요.

Q.이후 프로생활은 순탄치 않으셨어요. 선수생활을 오래이어가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국축구사에 남을만한 두 대회(1983 세계청소년, 1986 월드컵)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김 : 오래 뛰진 못했지만 나름 공격수로서 할건 해줬던 선수생활이었죠. 오래 뛰어도 임팩트가 부족한 선수가 있는데 전 그 반대로 짧고 굵게 임팩트를 남긴 선수생활을 했죠. 개인적으로는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죠. 그 시기에 좋은 지도자, 사람이 필요했는데 전 그러지 못했죠. 노력해도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이런 옛날의 영광을 잊으려고 해요. 거기에 사로잡혀 있으면 판단력이 흐려져요. 과거를 잊어야 새로운걸 받아들일 수 있어요.

연합뉴스 제공
▶거제고부터 시작한 학원축구, K3까지 거친 감독생활

Q.감독님은 은퇴 후 프로에서 지도자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 거제고에서 지도자를 시작했습니다.
김 :물론 선수 은퇴 후 노력하면 프로에서 코치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후배 양성을 위한 학원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계속 거기에 매진하다보니 15년이 훅 갔더라.

Q.학원축구와 K3리그에서 모두 성적이 좋았습니다. 동의대시절에는 FA컵에서 프로팀 포항을 꺾고 16강에 나가기도 했고, 화성에서는 창단 2년 만에 리그 우승은 물론 지난해에는 FA컵에서 16강에서 FC서울과 맞붙기도 했습니다.
김 : 중동고 시절만 우승이 없었지, 나름 지도자 생활을 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기도 했죠. 특히 동의대는 제가 가기 전에는 대학리그에서도 16강급 팀도 아니었는데 FA컵에서 포항을 꺾을 정도로 성장한 것에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죠.

Q.K3리그까지 경험하시면서 사실상 한국축구의 밑바닥은 모두 경험한 특이한 경력의 지도자가 되셨는데 분명 느낀 부분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김 : 결국 하부리그, 풀뿌리축구부터 한국축구는 시작이예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있고 그 선수들이 한국축구를 병들지 않게 해요. 지난해 방송한 청춘FC와도 상대하긴 했지만 그런 취지는 충분히 공감해요. K3선수들이나 청춘FC 선수들이나 다를게 없는 선수들이거든요. 도약의 계기로 삼는 무대에서 선수나 감독이나 모두 도약해야죠. 저도 결국 프로로 도약했잖아요.

▶밑바닥부터 프로 감독까지, 책임감 생길 수밖에

Q.학원축구부터 K3를 거쳐 프로감독이 된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김 : 그렇기에 책임감이 생겨요. 크게 표현은 안했지만 저에게 큰 사건이었죠. 선수는 엘리트 코스였는데 지도자로는 밑바닥부터 올라간 경우니까요. 사실 많은 지도자들이 이런길을 걸어야하는게 당연한게 아닌가 싶어요. 한국 축구의 근간인 학원축구에대한 이해 없이 바로 프로로 가는 것보다 학원축구, 아마추어 축구에 대한 이해 후 프로에 가는게 좀 더 건강한 축구가 될거라고 봐요. 이례적으로 K3를 거쳐 간 경우다보니 여기서 못하면 K3는 물론 학원축구 지도자 모두가 프로에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줄까 부담이 되죠. 제가 잘해야죠. 지켜보는 눈이 많은 것 같네요.

Q.지난해쯤 한 인터뷰를 통해 화성FC 감독을 하시면서 장어 음식점도 함께 운영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김 : 지금은 큰누나에게 넘겼어요. 아무래도 병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솔직히 장어집을 할때는 절박했어요. 다들 돈이 많으니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어려운 상황에서 제 이름과 명예를 지키기위해서 했던 장어집이었거든요. 어디가서 빚을 지거나 사기를 칠 수는 없잖아요? K3감독이라도 사실상 명예직이니, 경제적으로 제 스스로 해결해야했죠. 저녁에는 화성FC 감독하고 훈련 끝나면 장어집 운영 도우고 하는게 결코 쉽지 않았죠. 지금 보면 어떻게 했나 싶기도 해요.

▶김종부가 꿈꾸는 경남FC

Q.아무래도 강등, 승점 삭감, 구단 외부의 잡음 등 사건사고가 많은 가운데 감독이 되셨는데 처음 부임하고 선수단과 함께하니 받으신 느낌은 어땠나요
김 : 패배의식에 젖어있더라고요. 선수단 자체가 의욕이나 활기가 없는게 눈에 보일정도였으니까요. 분위기를 바꿔야했고 새롭게 시작해야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단 개편도 필요한데 나가는 선수만 있지 예산문제로 영입 선수는 별로 없고. 참 부임한 후 생각이 많았죠.

대한축구협회 제공
Q.처음 부임할 당시 홍준표 구단주외 구단에서는 어떤 것을 요구하던가요?
김 : 당당한 경남, 가능성 있고 희망있는 팀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일단 도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는 팀으로 바꾸는 것이 일순위죠. 제가 학원축구 감독도 오래하고 화성에서 창단 팀을 이끌고 좋은 성적을 낸 것을 좋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Q.김종부의 경남은 어떤 축구를 지향하나요?
김 : 결국 조직력의 축구입니다. 의사소통, 선수들간의 궁합을 염려한 구성 등 함께하는 축구를 만들려해요. 또한 빠른 템포를 가져가는 축구로 속도감을 더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단은 4-4-2 기본전술로 저희는 쭉 갈 예정입니다. 팀이 안정되고 자리 잡을 때까지는 가장 단순하면서 효율적인 4-4-2로 선수들을 맞출 계획입니다.

Q.-10 승점으로 시작하는 경남의 현실적인 2016시즌 목표는요?
김 : 힘들겠지만 4강 플레이오프라는 큰 목표를 잡아놨습니다. 물론 목표는 높게잡되 욕심은 부려선 안되죠. 그러면 악수를 두게 됩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건 도민들로부터 다시 신뢰받는 축구를 하는거죠. 가능성 있는 팀, 희망있는 팀의 면모를 보이기위해서는 내용과 경기력으로 말해야합니다. 다시 클래식에 진출할 수 있을만한 팀으로 만든 것으로 2016년은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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