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사천=이재호 기자] 사실 상주 상무의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준국가대표급이다.

한상운, 조동건, 박기동, 임상협, 황일수, 조영철(이상 FW), 이승기, 김성환(이상 MF), 강민수, 이용, 박진포, 이웅희(이상 DF) 같은 선수들이 모두 한팀에 있다니. 혹자는 ‘외국인 선수가 없고 초특급 선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을 뿐이지 국내선수만 비교하면 상위 스플릿은 물론 ACL 진출티켓선까지도 가능한 두터운 스쿼드’라며 혀를 내두른다. 사실 이는 상무라는 팀의 특성상 내려왔던 전통이다.

하지만 상주 상무는 화려한 스쿼드에 비해 성적은 초라했다. 최근 4년간 성적을 보면 클래식 최하위(강등)→챌린지 1위(승격)→클래식 하위(강등)→챌린지 1위(승격)을 반복하고 있다. 승격할 때는 좋았지만 강등 당할 때는 한없이 추락했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조진호 감독 역시 “솔직히 멤버만 놓고 보면 감독으로서 행복하다. 이정도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건 얼마나 축복인가. 기술적으로는 보완해야할 점이 많지 않고 전술적 옵션도 많은 선수들”이라고 할 정도.

그러나 문제는 ‘안일함’이다. 군인 정신과는 위배되지만 사실 이 문제는 늘 상무라는 팀의 특성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문제였다. 아무래도 ‘2년만 있다 갈팀’이라는 특성이 존재하다보니 자연스레 선수들은 소속감이 떨어지고 ‘져도 그만’이라는 안일함이 박혀있었다. 한 선수는 “솔직히 원소속팀에 있을 때보다 패배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런 상주 상무가 경남 사천에서 그 ‘안일함’을 떨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12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에도 상주 상무의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웬만하면 실내에서 훈련을 진행하지 않겠나”며 상주 관계자는 말했지만 조진호 감독은 빗줄기 속에도 야외 훈련을 택했다.

조진호 감독도 지속적으로 “상주는 이미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결국 기술, 전술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잡는게 우선인 팀”이라며 “동기부여와 함께 정신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기위해 밤낮으로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통적으로 내려왔던 ‘악습’인 '안일함'을 버려야만 가뜩이나 대구FC, 서울 이랜드 FC 등을 넘어 승격해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았던 팀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다.

궂은 날씨라도 훈련은 봐주는 것이 없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훈련동안 선수들은 초집중 상태에서 코치진의 말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그대로 실현하기위해 노력했다. 꾸중소리도 있었고, 훈련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분해하는 소리도 들렸다.

3팀으로 나눠 공격과 수비를 차근차근 전술대로 풀어나가는 훈련에서는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격렬한 몸싸움이 오가며 실전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잠시의 휴식에 선수들은 춥고 비오는 날씨에도 땀범벅이 돼 물을 찾았다.

상주 상무의 삼천포 전지훈련은 3월초까지 지속된다. 훈련을 마치고 난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올해는 다르다”며 “승격과 강등을 반복했던 지난날과 달리 이번만큼은 정말 강등을 안당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있어했다.

‘덕장’ 조진호 감독 밑에서 선수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가졌던 ‘부족한 소속감’과 ‘안일함’을 버리고 있었다.

‘올 시즌 목표는 역시 강등 탈출인가’라고 묻는 기자에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의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다”라고 말하는 조진호 감독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상주 상무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어 준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정말 명성에 걸맞는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조진호 감독과 빗속에서도 예년과 다른 열의를 보여주는 선수들의 눈빛 속에 이미 '안일함'은 삼천포 앞바다의 썰물과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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