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남해=이재호 기자] 딱 1년 전과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행동, 동료 선수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 언론에서 자신을 조명하는 정도. 작년 이맘때쯤 이곳 남해 전지훈련 당시에는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조차 몰라줬다고. 하지만 딱 1년이 지난 현재, 주민규(26·서울 이랜드 FC)는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특히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는 그 자체로 '챌린지가 만든 스타'로 통하며 울리 슈틸리케호 승선설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선수가 됐다.

그런 주민규를 바꿔놓은건 서울 이랜드 FC의 마틴 레니 감독이다. 레니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였던 주민규에게서 스트라이커로서의 재능을 봤고 고양 Hi FC에서 영입한 후 곧바로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후 결과는 40경기 23골 7도움, 챌린지 득점 2위, 베스트 11 공격수 부문 수상으로 돌아왔다.

▶레니 감독의 말을 믿지 않은 주민규가 달라진 이유

서울 이랜드 입단 제의를 받던 당시 주민규는 레니 감독으로부터 "나는 너에게서 더 큰 가능성을 봤다. 네가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바꾼다면 훨씬 더 잠재성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규는 말한다. 솔직히 레니 감독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아니 저도 여태껏 최선을 다했고 좋은 지도자분들 밑에서 뛰었는데 무슨 20대 중반에 포지션을 바꿔 잠재성을 폭발시키나했죠. 그냥 영입하려고 입에 발린 말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전 중앙 미드필더로 최고가 되고 싶었고 제가 10골 이상 넣는 공격수가 될거라고 믿지 않았죠. 맞아요. 전 레니 감독을 믿지 않았어요."

그러나 주민규는 공격수로 바꾸자마자 득점포를 폭발시켰다. 주민규 본인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지만 잠재력을 극대화하는데는 한 시즌이면 충분했다. 경기당 0.5골을 넘는 득점행진. 1년 전만해도 K리그 매니아들도 모르던 선수 주민규는 이제 축구 좀 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아는 선수가 됐다. 주민규 본인도 "학창시절을 합쳐도 한 시즌에 이렇게 골을 많이 넣어본건 처음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면 본인이 말하는 정말 한 시즌, 아니 몇 달 만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미드필더에서 챌린지 최고의 공격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솔직히' 말해달라고 하자, 주민규는 "정말 이게 솔직한 마음이다. 판에 박힌 말은 절대 아니다"라며 설명했다.

"솔직히 저는 그대로고, 특별히 기술이 추가되고, 신체적으로 좋아진 것도 없어요. 그렇다면 달라진건 '환경' 하나뿐이죠. 서울 이랜드에 와서 좋은 선수들과 정말 뛰어난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분들을 만나고 나니 그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거예요. 만약 이 부분들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전 이렇게 되지 못했을 거예요."

너무 뻔한 답변이 아니냐고 면박을 주자 "근데 이게 솔직한 심정인데 어쩌겠냐"며 웃는 주민규였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주민규를 둘러싼 의문들

그럼에도 주민규의 현재에 대해 물음표가 가득하다. 혹자는 주민규가 공격수로서 2년차 시즌을 맞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고, 주민규가 클래식(1부리그)과 같은 더 높은 리그에서 뛰면 평범한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주민규 역시 그런 시선과 의혹을 "잘 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팬분들이 반신반의하는걸 아는데 전 정말 클래식에 가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어떤 선수인지요. 쓴소리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잘한다면 더 뛰어난 선수임을 증명할 기회임을 알아요"라며 특히 클래식 승격 열망에 대해 강조했다.

"솔직히 지난 시즌에는 '내가 몇 골 이상을 넣어야지'하는게 있었어요. 그렇게 달성하고 나면 성공적인 시즌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딱 승격에 실패하고 나니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래서 느꼈죠. 제가 골을 많이 넣는 것보다 서울 이랜드가 클래식으로 승격하는게 더 중요하고 그게 곧 제 행복이라는걸요."

주민규는 클래식에서 뛰는 것에 대해 "전 정말 다른 선수들보다 특히 간절하다. 아직도 클래식 무대에서 뛰어보지 못했다. 그곳의 공기를 맡아보고 싶고 프로선수로서 정말 간절하다. 그 간절함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며 승격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과연 공격수로서 2년차 시즌을 잘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마틴 레니 감독에게 묻자 주저 않고 "2016시즌 서울 이랜드에서 주목해야할 선수는 주민규다"라며 "이제 완전히 공격수 포지션에 적응했고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나 역시 한국에 적응해 주민규에게 더 많은걸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또 "지난 시즌 주민규는 페널티킥도 전담해서 찼다면 30골까지도 가능했을 것이다. 누가 알겠나? 정말 주민규가 올 시즌 30골 이상 넣을 수 있을지. 작년 이맘때에도 주민규가 23골을 넣을지 예상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주민규는 올 시즌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임을 확신했다.

서울 이랜드 FC 제공
▶국가대표에 대한 꿈, 그리고 고마움

주민규는 지난해 8월 K리거 위주로 구성됐던 동아시안컵에 뽑힐 유력한 공격수 후보로 언급됐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주민규를 주목했고 솔직히 주민규도 "그런 반응들로 인해 기대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가대표는 선수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축구선수의 꿈이죠.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닌것 같네요. 일단 팀이 승격한다면 그 속에서 저의 활약이 더욱 빛나 슈틸리케 감독님도 조금 더 저를 지켜봐주시지 않을까요?"

전설적인 공격수인 전북 이동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주민규에게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묻자 "제가 공을 잡으면 모두가 기대하는 선수"라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디디에 드록바와 같이 팬들 입장에서 공을 잡으면 기대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주민규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사실 이 말이 하고 싶었다"며 수줍게 차근차근 얘기했다.

"사실 제가 인터뷰나 팬들을 만났을때 쑥스러움을 많이 타다보니 인사도 잘 못하고 팬들께도 무뚝뚝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정말 팬들의 감사함은 늘 느끼고 있어요. 저희 팬들이 원정을 가면 가끔 홈팬들보다 더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하는 열정에 항상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었네요. 이번 시즌은 정말 더 재밌는 경기, 이기는 경기로 반드시 클래식으로 승격할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남해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할테니 개막전을 기대해주시고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건 제가 말한 대로 꼭 그대로 써주셔야해요. 하하."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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