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고작 169cm의 키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똑같다. 심동운은 이날만큼은 베트남 팬들에게 ‘포항의 메시’가 얼마나 무서운지 여실히 보여준 해트트릭이었다.

포항은 9일 오후 2시 경상북도 포항스틸야드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하노이전에서 심동운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단판승부였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포항은 H조에서 아시아 챔피언인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 리그 2위의 시드니, 일본의 우라와 레즈와 한조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는 심동운과 함께 스리톱으로 나선 라자르-양동현의 경기력이 아쉬웠다. 그러나 심동운은 홀로 2명의 역할까지 모두 해내며 이날 경기 최고의 수훈갑이 됐다.

심동운은 측면에서 작지만 빠른 속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하노이 선수단을 흔들어놨다. 그러던 중 전반 35분 손준호의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논스톱으로 오른발을 살짝 갖다댄 칩킥으로 답답했던 경기흐름을 뚫은 골로 연결했다.

다시 봐도 놀라울 정도로 손준호의 패스는 완벽했고, 심동운은 그 패스에 맞춰 상대 수비라인을 완전히 뚫고 침착하게 골키퍼 키를 넘긴 환상골로 2016시즌 포항, 아니 한국 팀의 공식경기 첫 골을 만들었다.

후반 17분에는 홀로 드리블 돌파를 하다 상대 수비가 가까이 붙지 않자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슈팅으로 또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과감성은 물론 정확하게 골대 끝쪽으로 파고든 멋진 슈팅 궤적이 빛난 골이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후반 39분 끝내 심동운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다소 어려운 자세에 볼을 잡아놨음에도 완벽하게 방향을 틀어내며 반대편으로 꺽어 오른발 슈팅을 완성했고 해트트릭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골 뿐만 아니라 이날 심동운은 공격진영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으로 포항 미드필더진의 패스를 최대한 살려냈고 하노이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한국 축구는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선수에 대해 편견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심동운은 고작 169cm의 작은 키에도 꾸준히 노력해왔고 2016시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을 기량을 갖춤과 동시에 해트트릭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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