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황선홍 감독에서 최진철 감독으로, 그리고 김승대라는 핵심선수가 빠졌다. 포항 스틸러스의 ‘스틸타카’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기미를 보이진 않았지만 하노이전을 통해 그 균열을 조금이나마 본 것 같아 아쉽다.

포항은 9일 오후 2시 경상북도 포항스틸야드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하노이전에서 심동운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단판승부였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포항은 H조에서 아시아 챔피언인 광저우 에버그란데, 호주 리그 2위의 시드니, 일본의 우라와 레즈와 한조로 아시아 정상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는 포항이 5년간 함께했던 황선홍 체재를 벗고 최진철 체재로 나아가는 새로운 발걸음의 첫발이었다. 최 감독은 부임 후부터 “기존의 체재에서 벗어나지 않는 축구를 할 것”이라고 했고 과연 황 전 감독이 이룩했던 ‘스틸타카’가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상대가 전력이 한, 두수 아래인 하노이였지만 포항은 확실히 자신들의 축구를 했다. 가지난해 12월말부터 고작 1달 반도 훈련하지 못하고 최진철 감독의 새로운 축구에 적응해야했던 준비과정을 감안하면 가시적인 성과였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생각보다 공격전개에서 답답한 모습이 보였고 간혹나오는 수비 실수와 의사소통 부재의 모습은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았음을 보여줬다.

짧은 패스와 폭발적인 역습,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축구 등 포항식 스틸타카는 건재했다. 특히 많은 킬패스를 통해 한방에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손준호와 심동운이 합작한 전반 35분의 선제골 장면은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을 정도.

그러나 이러한 장면 외에 하노이에게 의외로 많은 공격기회를 헌납하고 득점과 다름없는 기회까지 내주며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는 점은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팬들에게 미안한 경기력이었다.

황 전 감독은 부산과 포항을 거치며 자신만의 축구철학을 완전히 관통시키며 독보적인 팀으로 만들어왔다. 이에 프로감독 경험이 없는 최진철 감독이 과연 그 축구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최진철 감독 역시 2015 FIFA U-17월드컵을 통해 분명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지도자다.

공든 스틸타카는 한 번에 무너질리 없었다. 그러나 1년전 ACL 플레이오프에서 서울은 무려 7골이나 넣었던 팀에게 고작 2골밖에 넣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 그리고 경기 내내 보여준 무언가 맞지 않는 듯 삐걱대는 모습은 행여나 공든 스틸타카가 무너질까 걱정하는 팬들의 걱정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프로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 최진철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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