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현(23·제주 유나이티드)을 두고 암을 유발하는 경기를 한다고 해서 ‘암현’이라했다. 류승우(23·레버쿠젠)를 두고는 유럽에서 멋만 내는 축구를 배웠다고 ‘겉멋’이 들었다고 했다. 절치부심한 김현과 류승우는 결승보다 중요했던 카타르전에서 암현과 겉멋논란을 모두 날리는 경기력으로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김현(왼쪽)과 류승우.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3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시 30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하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개최국 카타르에 후반 4분 터진 류승우의 선제골과 후반 44분 터진 권창훈의 결승골, 후반 추가시간 문창진의 골로 3-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4강 카타르전은 사실상 결승보다 더 중요한 경기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세계 최초의 올림픽 본선 8회 연속 진출(1988~2016)이라는 세계 축구사를 새롭게 쓸 수 있었기 때문. 이번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행 티켓에서 결승행을 확정한다는 것은 자동으로 2위를 확보하는 것이기에 리우행 비행기를 탄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에 결승은 명예지만 4강은 실리다는 말로 카타르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국은 고민이 많았다. 한국 대표팀의 핵심이었던 황희찬이 8강 요르단전에서 부상을 당해 선발 출전이 어려웠고, 대회를 치를수록 경기력은 바닥을 찍어가고 있었다. 신태용 감독의 특화 전술인 4-4-2 다이아몬드는 날카로운만큼 허점도 많이 드러났다.

특히 공격에서 경기력과 득점을 보여줘야하는 김현과 류승우가 좀처럼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김현은 대표팀내에서 장신(189cm)으로서 분명한 역할이 있었지만 그 역할은 물론 골결정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현에 대한 비난이 거셌고, 심지어 암을 유발하는 경기력을 보인다고 해서 ‘암현’이라는 몹쓸 말까지 나왔다.

류승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표팀의 ‘10번’으로서 에이스 역할이 기대됐지만 레버쿠젠에서 경기 출전을 하지 못하면서 잃어버린 경기감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유의 볼 컨트롤은 잘할 때는 ‘예쁘게 볼 차는 선수’라고 여겨졌지만 부진하자 ‘겉멋이 들었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그런 두 선수가 카타르전 회심의 3-4-3 시스템의 공격을 맡자 불안함은 공존했다. 그리고 이 불안함은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던 전반전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단 한번 찾아온 기회에서 류승우가 길게 넘어온 패스를 상대 골키퍼의 판단미스때 결정적인 선제골로 연결하며 풀리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류승우는 기뻐했다. 워낙 비난 여론 속에서 힘들어했기에 이 한방의 의미는 남달랐을 것. 물론 이 한방으로 겉멋 논란이 다 식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골 이후 류승우우의 모습이었다.

골을 넣은 이후에도 류승우는 내내 경기장을 종횡무진 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뛰었다. 겉멋이 들었다면 결코 할 수 없는 활동량을 내보였고 결국 류승우는 후반 31분 다리에 쥐가 났다. 더 이상 뛰기 힘들 정도로 심한 쥐였다. 결국 황희찬과 교체될 수밖에 없었다.

김현도 이에 질세라 열심히 뛰었다. 한국이 후반 선제골 이후 집중력을 잃고 롱패스가 남발했을 때 김현은 홀로 거의 모든 공중볼을 따냈다. 카타르 수비진은 김현의 높이에 당황했고 김현으로 인해 한국은 그나마 공격진영에서 볼을 간수할 수 있었다.

특히 김현이 빛난 것은 1-1 상황 후반 44분 터진 권창훈의 극적인 결승골때였다. 이 골은 이슬찬의 도움과 권창훈의 왼발로 이루어진 골이었지만 그전에 김현의 패스는 그야말로 백만불짜리였다. 이슬찬의 속도에 맞춰 내준 스루패스는 이슬찬과 권창훈이 이후 발만 갖다대면 골을 넣을 수 있게 만든 결정적 장면이었다.

김현 역시 이 장면 이후 워낙 많이 뛴 탓에 후반 추가시간 다리에 쥐를 호소하며 정승현과 교체 아웃됐다. 두 선수 모두 그동안의 비난을 날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기에 난 쥐였다.

류승우는 선제골로, 김현은 결승골의 결정적인 패스라는 가시적인 성과는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활동량과 공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120%해내며 카타르전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 됐다. ‘암현’이라 불리고 ‘겉멋이 들었다’는 말을 듣던 김현과 류승우는 카타르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모두 한방에 날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