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당시 첼시를 지휘하던 거스 히딩크 감독.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영웅이기도 하지만 첼시에서도 영웅인 한 감독이 있다. 바로 거스 히딩크 전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다. 그가 또다시 '난파선' 첼시를 맡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첼시는 지난 17일 구단 웹사이트를 통해 주제 무리뉴 감독과의 이별을 결정했다.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결정이지만, 사실상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18일 현재 첼시의 리그 순위는 16위(승점 15). 18위로 강등권에 있는 노리치 시티(승점 14)와의 승점 차는 1점뿐이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의 믿기지 않는 몰락이다.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영광의 시대를 이끌었던 무리뉴 감독은 잊고 새 출발에 나설 때다. 현지 언론들은 무리뉴의 경질 발표 직후, 차기 첼시 감독 후보들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여러 감독들이 현재 물망에 올라있는데, 이중 한국팬들에게 친숙한 한 사람이 눈에 띈다. 바로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다.

최근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사퇴하고만 히딩크 감독이 차기 첼시 감독 후보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과거의 '달콤한 추억' 탓이다.

2015년의 겨울처럼, 지난 2009년 겨울은 첼시에게 무척이나 추웠다. 2008년 7월부터 첼시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우승을 노리던 첼시는 리그 4위에 머물고 있었다.

결국 2월11일 첼시는 결단을 내렸다. 스콜라리를 경질하고 히딩크 감독과 3개월 단기 계약을 맺고 잔여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한 것. 첼시의 결정은 대 성공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이 주어지는 리그 3위로 시즌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준결승까지 올랐다. 또한 첼시는 웸블리에서 펼쳐진 FA컵 결승전에서 에버튼을 2-1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모든 일이 약 3개월 사이에 이뤄졌다.

첼시 재임 기간 동안 히딩크 감독이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승률은 87%로 이는 역대 첼시 감독들 가운데 최고 기록이다. '히딩크 매직'을 경험한 첼시 선수들과 구단 수뇌부들은 다음 시즌에도 히딩크과 함께하기를 강력하게 원했지만, 결국 계약 기간대로 히딩크 감독은 첼시를 떠났다. 최근 10년간 첼시를 떠난 감독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의 최근 행보는 좋지 못했다. 네덜란드 대표팀의 유로 2016 본선 무대 진출 좌절의 책임을 안고 있는 그다. 이미 한 차례 과도한 부담감 속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냈던 그가 다시 한 번 네덜란드 대표팀보다 훨씬 더 많은 부담이 가중 될 첼시의 감독직을 원할지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히딩크의 부임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첼시의 현재 상태다. 첼시는 현재 냉정하게 말해 강등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2009년의 '구원 등판' 보다 더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어, 히딩크 감독에게 가중될 부담이 이전 보다 덜 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번과 달리 첼시는 상위권인 2,3위가 목표가 아니다. 이미 9패째를 당한 첼시는 10위권 내에 진입만 해도 성공적이라는 분위기다. 지금 상태보다 더 부진하기가 쉽지 않기에, 잃을 것이 크게 없다. 그가 이전과 같이 단기계약으로 첼시에 입성한다면 부담감은 한층 더 줄어든다.

이미 호주 축구협회와 과거 PSV 에인트호벤에서 히딩크 감독의 지휘를 받았던 마테야 케즈만은 그의 첼시 부임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잉글랜드 현지에서도 후안데 라모스 전 토트넘 감독과 더불어 히딩크 감독의 부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바라보고 있다. 여러 정황상 히딩크의 부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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