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대표팀의 감독 자리는 그 자체로 자랑스럽다. 제의를 받았던 첫 순간부터 영광스러웠고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목소리는 떨렸고 진실 됐다. 정말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 새로운 인생을 맞은 듯 슈틸리케 감독도 좋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약 14개월간 한국대표팀의 감독으로 생활하며 느낀 점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5 송년 기자단 간담회-걱정말아요 한국축구’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단순히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업무적인 일뿐만이 아닌 ‘인간’ 슈틸리케의 개인 삶, 가족 이야기, 한국 축구에 대한 시선 등을 약 2시간 가량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다뤘다.

2014년 10월 1일부로 A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슈틸리케는 “지난 14개월 동안 딱 기대했던 만큼 해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항상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하고자하는 모습이 잘 보이는 것이 한국 선수가 마음에 드는 이유”라며 그동안 자신이 맡아온 팀과 한국대표팀의 차이를 설명했다.

기자간담회는 지난해 부임 전 처음으로 이용수 기술위원장으로부터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제안 받았을 때의 심정으로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영국 런던에서 한국 측을 처음 만났다. 저에게 중요했던 2가지가 있었다. 먼저 한국 측은 솔직하게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해줬던 것이다. ‘여러 지도자 중 저울질하고 있는데’라며 솔직히 밝혔다. 또한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반드시 월드컵에 대표팀에 진출시켜 달라', '몇 강이상 나가 달라'라는 부담감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라고 언급했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프로에서 3년간 뛴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첫 인상에 대해서는 “솔직히 전혀 축구를 하시지 않은 분 같았다. 본인이 축구를 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았기에 그렇기도 했지만 겉으로 축구를 안 해본 분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웃은뒤 “굳이 종목을 꼽자면 신장이 작고 힘이 세다보니 체조나 태권도 같은 무술을 하지 않았을까 했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어느새 1년을 넘은 한국 생활에 대해서 슈틸리케 감독은 “개인적으로 자주 찾고 즐겨먹는 음식은 숯불구이다. 한국 어딜 가도 고깃집은 맛있다. 식자재, 한우자체가 워낙 맛있다. 한우를 즐겨 먹는다”라면서도 “사실 메뉴보다 중요한건 누구와 함께, 무엇과 곁들여 먹는가다.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게 중요하다”는 지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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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여가시간에 대해서는 “집에서 운동을 하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한다”면서도 “그래도 제일 많이 하는 것은 나만의 집무실에서 경기 비디오를 많이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경기 영상을 보느냐는 질문에 “국내에 있기에 국내 방송사가 중계해주는 경기를 많이 본다. 스완지, 토트넘, 아우크스부르크 등의 경기를 TV를 통해 많이 본다. 외부 분석업체를 통해서도 영상을 받아본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근엄한 모습도 있지만 유머감각도 풍부했다. 아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유부남 답게 “아내는 39년 결혼 생활 동안 항상 함께 있었다. 많은 지도자가 기러기 생활을 하지만 아내는 항상 내 곁을 지켰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축구인인 것이 다행이었다. 39년 가운데 절반은 합숙과 소집으로 집을 비웠다"며 웃었다.

2016년의 대표팀 운용 계획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올해 보여준 모습으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2016년 강팀들을 상대로 쉽지 않겠지만 경기를 해야 한다”며 “올해는 단순히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봤을 때 볼 점유율이나 코너킥 횟수, 득점 기회 등 모든 부분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했다. 상대가 강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온 것들을 바꾸면 안 된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이어나가야한다”는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에도 똑같이 K리그 무대를 많이 찾을 것이다”라며 올해도 그랬듯 내년에도 국내 축구현장을 다닐 것임을 약속한 슈틸리케는 “이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최대한 많은 경기를 직접 봐야만 객관적으로 선수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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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를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큰 만족감”이라고 말한 슈틸리케는 “선수들에게 대단히 감사한 한 해다.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에 큰 경이를 표하고 싶다”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대표팀의 감독 자리는 그 자체가 자랑스러운 위치다”라며 “영국에서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제 자신이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웠다”며 한국대표팀의 감독으로서 자신의 자신감을 나타내며 2015년 한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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