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왼족)과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기 종료 15분을 남긴 시점인 후반 30분, 한 선수가 투입됐다.

그가 들어가는 순간 경기장에는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물론 그는 경기를 바꾸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경기에 미친 영향은 미비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분명 토트넘 구단과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겼고 아스널 입장에는 행여 하는 걱정을 안겼다.

과연 이 상황에서 손흥민을 30번 이상 보고도 놓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토트넘과 아스널은 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경기에서 1-1 무승부로 '북런던 더비'를 마쳤다.

이날 손흥민은 후반 30분 에릭 라멜라와 교체 투입되며 약 한 달 반 만에 리그 경기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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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발로도 예상됐지만 짧은 15분 가량의 출전 시간을 부여받는 것에 그쳤다. 아무래도 부상에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라이벌전이라는 중압감 강한 경기에는 조직력 등을 고려해 벤치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선수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15분 동안 눈에 띄는 플레이는 없었다. 하지만 라멜라가 나가고 손흥민이 들어갈 때 원정경기였음에도 공기가 바뀌었다. 손흥민이 들어가자 한국팬뿐만 아니라 토트넘 측에서도 '혹시'하는 기대감을 가졌고 아스널 입장에서는 익히 손흥민에 대한 정보가 많기에 걱정이 많았다. 늘 기대감을 채울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의 숙명이기에 이 기대감을 채우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재밌는 것은 손흥민 교체될 때 옆에서 바라보던 아르센 벵거 감독의 마음이다. 최근 영국 언론이 보도한 뉴스가 사실이라면 벵거 감독은 스카우터로부터 '손흥민은 환상적인 영입이 될 것이라고 구단에 추천'했고 약 30번 이상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벵거 감독은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손흥민을 라이벌팀인 토트넘에 뺏기고 말았다.

벵거 감독도 손흥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의 위력에 대해서도 알기에 그가 투입된 순간 긴장됐을 것이다. 물론 그 긴장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손흥민이 부상전까지 토트넘에 미친 수많은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분명 그를 영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씁쓸함이 들었을 것이다.

특히 이날 오른쪽윙으로 손흥민과 동갑내기 조엘 캠벨이 나와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활약을 했고 팀 상황상 그를 쓸 수밖에 없었음을 감안하면 손흥민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해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아스널 팬을 제외하곤 그 누구도 캠벨이 객관적으로 손흥민보단 낫다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쉬운 윙자원, 그리고 그동안 손흥민이 토트넘에 미친 영향,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15분 가량 뛴 활약상보다 더 빛난 투입당시의 기대감을 미뤄보면 손흥민을 30번 이상 지켜보고 놓친 벵거 감독의 마음 속은 심란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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