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윤지원 기자] 스포츠 스타 선수들의 가족은 덩달아 같이 주목을 받는다. 팬들은 아버지, 어머니와 닮은 스타 2세들의 모습에 즐거워도 하고, 재능을 공유하는 유전자에 대해 신기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엔 학교 폭력에 연루됐다는 어두운 소식이 들려왔다. 좋지 않은 일일 뿐더러,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학교 폭력에 관련된 일이라 더욱 더 충격이 크다. ‘꽁지머리’ 골키퍼 김병지(45·전남)와 그의 아들(8) 이야기다.

피해 학생이라고 주장하는(이하 A)의 어머니가 11월 4일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사진) 학교폭력 피해자 엄마입니다. 가해자의 횡포, 어디까지 참아야 합니까?’라는 제목으로 고발성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해당 가해자라고 주장되는 학생의 아버지가 김병지라는 것을 밝혀냈다. 사건이 언론으로 확대되고, A의 어머니와 김병지는 한 매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각각 정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A와 김병지의 아들 김 모군은 전남의 한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MBN 화면 캡쳐

▶ A측 주장 “상습적인 폭행,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A의 어머니에 따르면, 김 군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반 아이들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가했다고 한다. 평소 덩치가 크고 활발했던 김 군은 마르고 내성적인 A를 “많이 괴롭혀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지고 못할 정도”였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A의 어머니는 김 군이 A를 괴롭히는 광경을 보고 주의를 주었으며, 6월 김 군의 어머니이자 김병지의 아내 김수연씨를 만나 부탁의 말까지 했으나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A의 어머니는 10월 15일 현장학습으로 간 체험장의 볼풀장에서 먼저 김 군이 A에게 8,9개의 공을 던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A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계속 공을 던지자 A는 김 군에게 공을 던졌다. 이 공이 김 군의 머리에 맞았고 김 군은 울면서 A의 가슴팍을 깔고 앉아 얼굴을 할퀴었다. 이 상처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러한 사건 재구성에 대해 A의 어머니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에서 많은 아이들의 목격담과 진술을 종합한 것이며 서류 상으로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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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어머니는 상처 사진을 김수연 씨에게 메신저로 전송했다. 놀라서 곧장 달려온 김 씨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같이 병원에 가는 도중 “다른 애들이 A를 괴롭히는 걸 우리 아들이 봐서 A를 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다. 우리 아들도 가슴에 멍이 들었다”고 주장했고, 김 군의 멍을 본 A의 어머니는 “그 날 생긴 멍이 아니다. 보면 안다. 그리고 볼풀장에서(놀다가) 그렇게 멍이 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정도로 확대된 것에 대해 A의 어머니는 “`김병지 씨가 시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나를 고소하겠다'는 말이 있다고 11월4일 학교에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나를 고소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우리 아이(A)를 되려 가해자로 모는 것에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사례를 종합하면 김 군은 작년부터 상습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아이들은 ‘나보다 센 아이가 나를 때릴 수 있구나. 그럼 나도 나보다 약한 아이를 때릴 수 있구나’는 일상적인 폭력에 길들여져 있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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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어머니는 학교에 연락하여 정식으로 학폭위를 열어달라 제소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아이도 김 군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1학년 학부모 16명, 2학년 학부모 38명, 3학년 학부모 16명, 4~6학년 학부모 19명 총 89명의 실명 서명 명단을 얻어냈다. 학폭위에서는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54건의 피해 아동의 진술을 확보했다. A의 어머니는 “A가 볼풀장에서 입은 상처는 발단이었을 뿐, 김 군의 상습 폭행이 이제야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군은 현재 학폭위로부터 ‘반 이동’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이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 김병지 측 억울 함 호소 “허위로 부풀리고 있다”
김병지 가족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김 군이 A에게 상처를 입힌 것은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학교 상습 폭력의 가해자’라고 손가락질 받을 만큼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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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진술부터 달랐다. 인터뷰에서 김병지는 “처음부터 반 아이의 진술에 따르면 아들이 먼저 강하게 맞고, 울고 있었다. A가 먼저 때렸고, 아들은 (맞으니까) 자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넘어지면서 얼굴을 할퀴었다고 한다”고 주장해 증언의 불일치를 보였다. 오히려 김 군도 가슴팍에 멍이 있지만 가려진 부위라 괜찮다고 넘어가려 했지만, 사건이 커지면서 일방적으로 김 군이 가해자로 일방적인 폭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이다. 김병지는 이에 대해 체험학습장 사장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습 폭력 가해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억울한 모양이었다. 애초 50여건의 피해 사례에 대해서도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1년 동안 태산이에게 당한 것을 다 적어내라‘고 했기 때문에 (50여 건이나) 발췌가 된 것이며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가위로 겁을 줬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가위가 어디 있었냐고 물어보니 책상에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가위로 겁을 줬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우리 아이가 평소 장난꾸러기인 것은 맞지만, 저능아 수준이라든가 (문제아는 아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항변했다.

A의 어머니가 받아 낸 서명에 대해서도 “이미 우리 아이가 잘못한 점에 대해 곧바로 인정하고 여러 가지 정황에 있어서 죄송한 마음이다. 그러나 A의 어머니는 전단지까지 만들어 돌리면서 (우리 아들을 가해 학생으로 칭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허위로 과대 포장해 우리 가족과 아이를 몹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말이 나온 것처럼 그렇게 나쁘게 행동한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병지는 학폭위의 징계에 대해 재심을 요청하기 위해서 시 징계위원회를 찾아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시 교육청에 안내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민원을 넣거나 재심을 요청한 것은 거짓이며, 시청 청소년과에 그저 “징계위원회가 있는 지 알고 싶어 왔습니다”고 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군과 자신의 가족의 행동 하나하나에 덧붙여지는 말을 경계하는 태도였다.

▶ 학교도 사건 속 책임자, 뭘 하고 있었나?
학교 측 한 관계자는 김병지의 아들에 대해 ADHD 학생이라고 표현했다. 4월부터 김 군에 대한 관리를 했는데도, ADHD 성향의 학생들은 (그 성질을) 주체하지 못하고 학습 능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담임이 그렇게 애걸복걸하고 엄하게 다뤄도 지도가 도저히 되지 않았다. 그러다 사건이 터지고 정식으로 학폭위가 열린 것이다”는 증언은 현장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MBN 화면 캡쳐
손수호 변호사는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은 안 된다. 징계 정도가 제전학 - 반 교체 - 출석 정지 - 사회봉사 순이다. 아직 학년이 어리기 때문에 강제 전학은 오히려 계도, 선도보다는 악영향이 크다고 보여서 징계가 반 교체 수준에서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 군은 반 교체를 선고받았지만, 2학년 학급이 세 개에 그쳐, 나머지 두 반의 교사마저도 김 군을 받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상당한 말다툼 끝에, 김 군의 본래 담임은 스트레스성 혈압으로 쓰러져 현재 뇌질환으로 전치 2주를 진단받았다고 알려졌다.

▶ 학교폭력은 민감한 주제. 아이들이 우선이 돼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벼운 사항이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들은 자기보호능력이 없다. 피해아동과 가해아동의 학부모 간 싸움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의 책임을 더 엄격히 물어야한다. 학교폭력대책 특별법의 일환으로 각 학교마다 상담교사를 두었는데, 학교에서는 무슨 노력을 했는가”라고 일갈했다.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는 두 측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사견을 냈다. 피해자는 폭력의 재발이 두렵기 때문에 격리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성인 재판과 달리 상대적으로 독특한 성질을 띠고 있는 학교 폭력의 특성 상 가해자가 ‘그 정도는 아니다’는 억울함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좋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 아이들이 친구를 괴롭히면 인성의 문제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80%이상은 ADHD이며, 그것은 상담을 받고 약을 먹다 보면 치료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상처받은 아이들이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지는 전화 인터뷰를 끝마치며, 곧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제대로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 선수의 가족이 연루되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짚은 대로, 사건의 주체는 아이들이며 결국 아이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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