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루이스 반 할 감독.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한 팀의 득점이 엄청난 화제를 낳는 팀이 또 있을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주포’ 웨인 루니가 5경기 만에 침묵을 깨고 득점에 성공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하지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맨유를 향한 맨유팬들의 비난은 그치지 않고 있다.

맨유는 4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4차전에서 CSKA 모스크바를 1-0으로 제압했다. 후반 34분에 터진 웨인 루니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킨 맨유는 2승1무1패를 기록하며 조 선두에 올랐다.

루니가 5경기 만에 득점에 성공했지만 맨유도 지난달 22일 CSKA 모스크바를 상대로 득점(후반 20분 마샬)한 이후, 무려 404분 만에 득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맨유는 경기 전까지 3경기(정규리그 2경기, 리그컵 1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이 같은 부진에 맨유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특히 맨유팬들은 올시즌 부진한 루니를 계속해서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고, 새롭게 영입된 ‘신성’ 마샬에만 의존하는 단조로운 전술로 일관하는 루이스 반 할 감독에 단단히 화가 났다. 팀의 레전드인 폴 스콜스 역시 반 할 감독의 전술에 대해 “창의성이 부족하다”며 일침을 가했을 정도.

CSKA 모스크바전은 올시즌 맨유팬들의 화가 정점에 달해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문제의 장면은 0-0으로 맞선 후반 21분에 펼쳐졌다. 올시즌 맨유 공격의 정점에 서 있던 마샬이 마루앙 펠라이니와 교체됐을 때, 팬들은 마샬의 이름과 함께 ‘공격해!(Attack)’라는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그나마 공격쪽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쳐주던 마샬을 펠라이니와 교체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경기 내내 높은 점유율(69%)를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후반전까지 득점에 실패한 반 할 감독의 전술에 대한 비난 역시 섞인 셈. 실제로 모스크바는 후반 23분까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가져가지 못했을 정도로 수비적인 전술을 펼쳤다.

이러한 비난은 영국현지에서도 큰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잉글랜드의 가디언 지의 기자 다니엘 테일러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올드 트래포드에서 선수 교체 시, 야유가 나왔던 일이 있었나 싶다”며 “펠라이니가 마샬을 대신해 투입 됐을 때, 맨유 팬들의 반응은 (반 할 감독에게 보내는)‘반항적인 메시지’와 다를 바 없었다”라는 글을 게시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반 할 감독은 팬들의 이 같은 반응에 당당했다. 결과적으로 펠라이니의 교체 투입 이후, 그동안 비판에 시달렸던 루니가 득점에 성공했기 때문. 그는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팬들의 야유에 대해 “나 역시 당연히 팬들의 야유를 들었다”며 “하지만 야유를 보냈던 팬들도 나중에는 실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 할 감독은 “지금은 맨유의 황금기라고 생각한다. 맨유는 홈에서 러시아 팀을 상대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챙긴 적이 없다”며 “모든 사람들은 (승리를 거두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는데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천신만고 끝에 승리를 챙기면서, 반 할 감독은 맨유팬들과 주변의 비판 여론으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완벽하게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그 어떤 축구팬들보다 눈이 높은 맨유 팬들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러시아 팀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것에 만족할 리 없다.

반 할 감독이 펼치는 전술의 진정한 시험대는 오는 8일 열릴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2015~2016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가 될 전망이다. 이 경기 역시 맨유의 홈에서 열리기에 다시 한 번 단조로운 경기를 펼친다면 반 할 감독은 더 큰 야유와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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