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굳이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 있을까. 차라리 이 기회에 닭 잡는 칼이 소 잡는 칼이 될 수 있도록 경험과 기회를 쌓게 하는 장을 마련해줄 수는 없었을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통합예선 미얀마, 라오스전에 나설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손흥민, 슈틸리케, 이청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번 명단에서 가장 놀라움을 자아낸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아시아 최고인 손흥민이 발탁된 것이 왜 놀랍겠냐만은 그가 최근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에 출전자체를 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다.

손흥민은 지난 9월 27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경기에 출전한 뒤 한 달 넘게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족적근막염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 이에 지난 10월 A매치에서도 대표팀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이처럼 경기감각이 떨어지고,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선수를 뽑은 것에 의문이 많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은 현재 팀 훈련에 정상적으로 합류했고 다가오는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손흥민의 상태와 관련해서는 토트넘도 대표팀에 발탁했다는 공문을 받고 어떤 상태로 회복 중인지 언급은 없었다. 100% 회복하지 않았다면 토트넘도 어떤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토트넘의 답변을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즉 훈련에는 합류한 것을 확인했지만 토트넘 측에서 몸상태가 100%가 아니라고 한다면 합류가 힘들다는 것이다. 다소 무리해서 뽑은 것임을 인정한 셈이다.

이청용의 발탁 역시 흥미로웠다. 아니, 흥미롭다기보다 의문이었다. 이청용은 부상은 없지만 현재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완전히 밀린 상황이다. 9월 한 경기, 10월 한 경기 출전한 것이 전부다. 최근 출전명단 자체에서 제외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위기 상황인 것. 경기 감각이 좋을 리가 없다.

즉 부상으로 고생하며 한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손흥민, 최근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려 경기 자체를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청용을 억지로 포함시킨 것이다.

물론 그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경기감각이 떨어져도 최고일 것이다. 문제는 꼭 이렇게 무리해서 선수를 뽑아야할 정도로 미얀마와 레바논이 강한 상대냐는 것이다. 라오스는 이미 국내에서 8-0으로 완파한 바 있고 미얀마 역시 홍콩에서 2-0으로 이긴 바 있다. 스코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얀마와 라오스는 한국만 만나면 전원수비를 해야 할 정도로 전력이 약한 팀이다.

토트넘에서도 한달간 출전 기록이 없는 손흥민. ⓒAFPBBNews = News1
꼭 손흥민과 이청용을 무리해서 뽑을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두 선수가 정상적인 몸 상태였다면 대표팀을 최상의 멤버로 꾸려야하는 의무가 있는 슈틸리케 감독의 발탁은 정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몸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은 선수를 부르기보다는 K리그나 그동안 대표팀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던 윙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마침 대표팀 윙 자리는 그동안 이청용과 손흥민이 독점 체재로 가면서 출전 기회를 얻기 쉽지 않았다. 이번 2번의 기회는 밀집 수비인 상대를 뚫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손흥민과 이청용을 발탁한 이유를 굳이 설명했다.

“대표팀에 발탁한 것은 미얀마전에 선발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싶어서다. 내년 3월에 레바논과 A매치가 있는데 3월은 K리그 선수들은 아직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시점이다. 그렇기에 많이 못 뛰었던 선수들을 합류시키면 3월에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해는 되지만 납득하긴 힘들다. 11월과 3월은 무려 4개월의 간극이 있다. 그동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같은 기간 1년전 ‘황태자’ 이정협은 그 사이 무명에서 전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새로운 선수가 나타날 수도, 기존 선수의 폼이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마침 손흥민과 이청용의 주변 상황이 좋지 않고 상대도 아시아 최종예선 상대 중 가장 약한데 굳이 그들을 부르는 결정은 분명 아쉽다. 참.

그래픽=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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