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현재 K리그 클래식 12개팀의 감독 중 2002 한일월드컵 멤버는 총 4명(서울 최용수, 포항 황선홍, 울산 윤정환). 인천 김도훈, 수원 서정원 감독도 2002 한일월드컵 참가를 위해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선수임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지도자들이 거스 히딩크 감독 밑에 지도를 받았다.

그 영역을 국가대표까지 넓혀보면 올림픽대표팀 코치로 있는 이운재, 17세 대표팀 감독에 최진철, 1년 전까지 청소년대표에 올림픽대표를 거쳐 국가대표 감독까지한 홍명보 등 무시 못 할 숫자가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히딩크 감독이라는 희대의 명장 밑에서 당시 선수들은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그들 모두 감독 생활 중 히딩크의 영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적이 없다. 명장 밑에서 익힌 가르침은 감독 생활의 자양분이 됐다.

이후 서울 최용수 감독은 2013 AFC 올해의 지도자상, 포항 황선홍 감독은 2013년 K리그 우승, 울산 윤정환 감독은 J리그 정복, 홍명보 감독과 김태영 코치는 2012 런던 올림픽 사상 첫 축구 종목 메달, 최진철 감독은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FIFA주관대회 첫 조별리그 2연승의 업적을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운재와 안정환, 이을용은 최근 청춘FC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마추어지만 뛰어난 지도력과 청춘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메신저로 떠올랐다. 또한 이민성(울산), 최은성(전북), 최성용(수원), 최태욱(서울 이랜드) 등은 코치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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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 명장이 탄생하고 나면 그 밑에 여러 좋은 지도자가 나오는 것은 해외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인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밑에서도 수많은 감독들이 배출됐다. 퍼거슨 전 감독이 워낙 27년간 장기집권을 했기에 많은 선수들이 배출됐고 그 중 상당수가 감독으로도 커리어를 이어갔다.

스티브 브루스(헐시티), 마크 휴즈(스토크 시티)는 현직 프리미어리그 감독이면서도 상당히 오랜 기간 감독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비록 잉글랜드는 아니지만 고든 스트라간은 스코틀랜드 대표팀 감독, 로이 킨은 자국 아일랜드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올레 군나르 솔샤르는 자국 몰데FK에서 감독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폴 인스도 명감독으로 이름을 날렸고 잠시 맨유에서 머물렀던 헨릭 라르손도 자국 친정팀 헬싱보리 IF에서 감독 생활 중이다.

무시무시한 유럽축구의 현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 자체로 그들 역시 좋은 감독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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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과 히딩크의 사례를 보듯 명장 밑에는 졸장이 나오지 않는다. 명장에게서 어깨너머로 혹은 선수로서 직접 최고의 가르침을 받아봤기에 어떻게 지도해야하고 명장만의 비법을 자신 역시 적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더 기대되는 것은 이들 중 좋은 감독을 넘어 위대한 감독이 될 수 있는 이가 나온다면 또 그 밑으로 좋은 감독들이 배출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호랑이가 고양이를 낳지 않듯 명장도 졸장을 키우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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