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취재 현장, 혹은 인터뷰 등을 보면 많은 감독들이 “여러 선수들을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주구장창 베스트 11만으로 경기를 치러내는 경우를 보게 된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기도 불안해서인지, 혹은 관성때문인지 쓰던 선수를 계속 활용하는 경우는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9일과 12일 열린 신태용 감독의 용병술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흔치 않은 일이었다. 물론 평가전이고 결과가 중요치 않은 경기라는 전제조건이 있음에도 ‘말은 쉬운’ 다양한 선수 활용의 미션을 정말 모두 해낸 신태용 감독은 박수 받아 마땅한 통큰 결단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감독은 9일 경기도 화성, 12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22세이하 대표팀의 호주 2연전에서 선발한 23인의 선수 모두를 활용했다. 1차전에서는 총 11명의 선발에 8명의 교체 멤버를 활용하더니, 2차전에서는 후반 들어 선발 라인업 전부를 바꾸는(11명 교체) 파격적인 선수기용을 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2차전 선발 라인업에는 1차전에 벤치로 있었던 전원(골키퍼 김형근 제외)을 선발로 내세우고 1차전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 모두를 벤치로 내린 점이다.

어차피 평가전이고 결과가 중요치 않다. 하지만 그 어떤 감독도 선발 전원 교체라는 강수를 쉽게 꺼내들지 못한다. 정말 ‘평가’의 의미로 받아들이기에는 팬들의 시선, 내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평가만 하려다 지기라도 하면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팀과 축구만 생각했다. 부임 1년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리우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치러야하는 팀 특성상 한 경기라도 더 많은 선수들을 보며 장단점을 파악해야하기 때문.

이로 인해 백업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백업 선수들에게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2만 여명에 가까운 관중 앞에서 뛰어보는 경험까지 해줬다. 이 경험은 앞으로 선수생활, 혹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그만두더라도 선수 개개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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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은 2차전 경기 후 이 같은 선수 변화에 대해 “1차전에서는 다이아몬드 4-4-2 멤버를 꾸렸는데 2차전은 4-3-3을 해봤다. 경기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투입해서 경기력을 보고 싶었고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보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전술을 얼마나 선수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는지 보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던 것. 결과는 나중이었다.

정말 모든 선수를 활용하고 싶었다는 의지는 12일 경기 후반전 골키퍼 투입에서 드러난다. 1차전에 김동준이 나왔고 2차전 선발에는 이창근, 후반전에는 김형근을 투입한 것. 골키퍼마저 3명 모두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모든 감독이 ‘선수를 다양하게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과감하게 2경기 만에 23명의 선수를 활용하는 초유의 통 큰 결단으로 선수 선발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2연승이라는 결과도 얻었으니 완벽한 평가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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