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솔직히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제소를 한다할지라도 시간이 촉박하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의 꿈은 후보 등록조차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가장 친(親) 제프 블라터 세력인 미셸 플라티니 UEFA(유럽축구연맹) 회장마저 내주면서까지 정 명예회장을 죽이려 한다.

정몽준(왼쪽) 죽이기에 나선 미셸 플라티니(중앙) UEFA회장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AFPBBNews = News1
FIFA 윤리위원회는 8일(한국시각) 지난 2010년 2022 월드컵 유치전 과정에서 7억7,700만 달러(약 9,18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FIFA 집행위원들에게 발송한 것, 그리고 정 명예회장이 FIFA 위원회를 비판한 것과 관련해 정 명예회장에게 6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정 명예회장 측은 즉각 성명서를 통해 “FIFA의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커다란 실망을 느낀다”면서 “가용한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FIFA 윤리위의 결정이 부당한 것임을 밝혀내고 FIFA의 환골탈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제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 명예회장은 지난 6일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이미 2010년 행해진 2022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한국 유치위원회 지원 행위’로 일단 15년 자격정지 구형, 최근 여러 가지 발언으로 윤리위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4년으로 총 19년 자격정지 구형을 받았음을 알린 바 있다

19년 구형이 6년으로 나름 감형(?)되긴 했지만 어쨌든 정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이대로라면 오는 26일까지인 FIFA회장 후보 등록을 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제공
FIFA는 정 명예회장만 죽이기 곤란했는지 스스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 대해서도 각각 자격정지 90일 제재를 결정했다. 제롬 발케 전 FIFA 사무총장에도 90일 자격정지를 내렸다. 모두 횡령과 배임 등 부패와 관련된 문제다.

놀라운 것은 정 명예회장을 죽이면서 가장 친 블라터 회장 파인 플라티니 회장도 내줬다는 점이다. 플라티니는 FIFA회장 후보로 언급되는 이들 중 가장 유력한 인사였다. 그러나 FIFA는 플라티니마저 회장 후보등록을 할 수 없게 일단 만들어버렸다.

이를 통해 FIFA는 정 명예회장이 더 이상 축구판에 발을 못 디디게 하는 효과를 얻으려는 것과 함께 플라티니라는 좋은 파트너를 잃게 됐다. 어쩌면 플라티니를 내주고서라도 정 명예회장을 밀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뜻을 함께 하고 있는 플라티니(왼쪽)와 블라터. ⓒAFPBBNews = News1
블라터 회장 입장에서는 플라티니 말고도 자신과 친한 세력이 많으니 또 다른 꼭두각시를 앉혀놓으면 된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혹은 정 명예회장이 언급한 대로 내년 2월 총회에서 FIFA회장이 선출되지 않게 하고 플라티의 90일 자격정지 징계가 끝나면 다시 후보등록을 추진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중요한 것은 FIFA, 즉 블라터 측은 플라티니를 (임시적으로)내주고서라도 정 명예회장을 죽이려고 했다는 점이다. FIFA의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은 제 아무리 정 명예회장이라도 버텨내기 쉽지 않다. 아니, 버텨내더라도 20일도 채 남지 않은 제한 후보 등록시한까지는 힘들 것이 유력하다. 잔혹한 국제 축구의 현실 속에서 한국인 FIFA회장의 탄생은 잠시의 꿈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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