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윤지원 기자]불운의 ‘신데렐라’ 이정협(24·상주 상무)이 부상의 아픔을 딛고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A조 1차전에 깜짝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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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은 지난 8월 26일 경남전에서 공중 볼을 다투다 상대 수비수 배효성의 머리에 얼굴을 들이받혀 쓰러진 뒤 안면복합골절 부상을 입었다. 당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3차전 대표팀에 깜짝 발탁돼 슈틸리케의 ‘신데렐라’라고 불리던 이정협은 대표팀에서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를 받고 회복 기간을 거져 지난 17일 상무에 복귀한 이정협은 이에 그치지 않고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상주 상무 박항서 감독은 “이정협이 전역(10월 12일)을 앞두고 군 생활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본인의 의사를 강력하게 밝혀 대회 엔트리 21명에 포함시켰다”고 20일 밝힌 바 있다.

결국 이정협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30일 문경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 A조 1차전 후반 41분 교체 출전했다. 프로선수로 구성된 한국과 직업군인으로 구성된 미국 팀의 전력 차는 커 이미 7-0으로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 부상자인 이정협의 출전은 전력에 큰 보강이 되거나 막판 화력을 높이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1분이라도 뛰며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이정협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된 것. 전반 종료 후 박 감독은 이정협에게 "후반 막판에 5분 정도 뛸 수 있겠나"라고 물었고 이정협은 "네! 뛸 수 있습니다"고 씩씩하게 화답했다. 결국 검은 마스크를 쓰고 나선 이정협은 경기 종료까지 약 5분간 그라운드를 뛰며 한국의 승리에 의미를 더했다.

이정협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한동안 쉬었다가 와서 그런지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아 조금 힘들었다"며 오랜만에 실전에 나온 소감을 밝혔다.

"마스크가 어색하긴 했지만 병원에 누워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웃으며 말한 이정협은 "솔직히 부상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천천히 훈련하면서 나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날 한국은 조동건(전반 4분) 이승기(전반 20분) 김성환(전반 41분) 임상협(전반 43분) 조동건(후반 6분) 이승기(후반 21분) 박기동(후반 22분)의 7골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미국의 골문을 두드려 대한민국 군인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은 앞으로 프랑스와 카타르, 알제리와의 조별 리그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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