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안양=김명석 기자] 어느덧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18경기 연속 무승(12무6패)의 늪에서 허덕이던 FC안양의 시즌 중반을 돌아보면 그야말로 놀라운 행보다.

13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전은 안양이 달라졌음을 여실히 보여준 한 판이었다. 안양은 전반 11분과 20분 자파에게 연거푸 실점을 내주며 0-2로 끌려갔다.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공세에 나선 상대의 힘에 완전히 눌린 모습이었다.

그러나 안양은 전반 27분 고경민과 안성빈의 투입 이후 분위기를 바꿔가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결국 안양은 전반 36분 최진수의 프리킥골을 시작으로 후반 3분 김효기의 동점골, 그리고 후반 29분 상대의 자책골을 더해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챌린지판 닥공’을 앞세운 수원FC의 반격이 이어졌다. 그러나 안양의 집중력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결국 4분의 후반 추가시간까지 잘 버텨냈고, 안양은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3-2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0-2로 뒤지던 경기를, 그것도 최근 7경기 연속 무패(5승2무)의 기세를 이어가던 수원FC를 상대로 일궈낸 대역전승이었다.

이날 승리로 안양은 지난 상주상무전 이후 2연승의 기세를 이어가게 됐다. 1위를 꺾었고, 2위 도약을 노리던 수원FC를 잡았다. 순위는 8위로 유지했지만, 7위 강원FC와 승점차를 제로(0)로 만들었다. 어느덧 승점 38점, 챌린지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4위권과의 격차는 6점차까지 좁혀졌다.

남은 경기수가 10경기임을 감안하면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더구나 최근 안양이 보여주고 있는 기세와 집중력이라면 그 가능성과 기대감은 더욱 더 올라간다. 이제는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막판 스퍼트를 해야 할 시기다.

안양을 바꿔놓은 이영민 감독대행에게 구체적인 목표를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의외였다. 이 감독 대행은 “선수들에게 플레이오프는 생각하지 말자고 얘기한다”고 답했다. 자칫 조바심을 냈다가는 힘들었던 시즌 중반의 흐름을 반복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의 결과조차도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그저 90분의 경기만 충실히 하라고 강조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승리든, 플레이오프 진출이든 ‘결과’는 우리가 열심히 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값진 동점골을 터뜨린 김효기 역시 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지금은 한 경기 한 경기,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라고만 주문을 해주신다”면서 “앞을 바라보기 보다는 지금 당장의 경기에만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덕분에 동기부여가 많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안양은 18경기 연속 무승 이후 7승2무2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분위기를 단번에 바꿨고, 최근에는 상주와 수원FC 등 강팀들마저 연거푸 꺾었다. 그리고 이 감독대행의 믿음처럼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라는 ‘결과’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시작했다.

복잡한 생각이나 계산보다 그저 90분 경기의 시작과 끝에만 집중하는 것. 안양이 최근 분위기를 단번에 바꾼 원동력이자, 무서운 기세를 이어가며 리그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힘이다. 향후 안양의 매 경기, 그리고 시즌 후의 결과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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