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화성=김명석 기자]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약팀 잡는 해법’을 찾았다. 골자는 전술적인 변화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한국은 3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라오스를 8-0으로 제압했다. 지난 6월 미얀마전 2-0 승리에 이은 예선 2연승이다.

경기 전 화두는 수비적인 전술을 공언한 상대를 어떻게 공략하느냐였다. 지난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당시 북한을 몰아치고도 끝내 1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전례를 되풀이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해법을 찾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꺼내든 승부수는 전술의 변화였다. 부임 이후 줄곧 4-2-3-1을 활용해온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4-1-4-1 전술을 꺼내들었다.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권창훈(21·수원삼성)을 전진 배치시켜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23·토트넘)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과 나란히 서게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26·빗셀고베)이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중원에 불필요한 무게를 두기보다는 상대를 전방부터 압박하겠다는 의미였다. 중원싸움을 치열하게 펼칠 경기가 아니라 시종일관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물론 기성용과 권창훈 모두 3선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전술적인 유연성도 보장됐다.

결과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기성용과 권창훈이 중원 앞선에 배치되면서 두텁게 형성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기회를 보다 더 많이 찾았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포진한 양 측면 공격에 기성용의 패싱력, 권창훈의 저돌적인 돌파가 더해지면서 상대 수비 역시 거듭 균열을 이어갔다.

전방에서 단단한 압박이 펼쳐지면서 양 측면 수비수들도 공간 확보에 용이했다. 결국 전반 10분과 12분 홍철의 측면 돌파에 이은 이청용-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져 나왔다. 전반 30분에는 권창훈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포까지 상대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정우영 역시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뽐냈다. 전방을 향한 절묘한 스루패스로 공격 기회를 여는가 하면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여유를 잡은 이후에도 한국은 시종일관 상대를 여유있게 압박하며 경기를 치렀다. 물론 후반에도 중원과 측면을 넘나들며 상대를 몰아쳤고, 결국 석현준과 손흥민(2골), 권창훈 이재성의 연속골이 더해지면서 8-0으로 대승을 거뒀다. 결과를 떠나 수비적인 팀을 무너뜨리기 위해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 그리고 그 시도가 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라오스전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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