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권순태(31·전북현대)는 명실상부한 K리그 대표 수문장 중 한 명이다.

지난 시즌 권순태는 리그 34경기에 출전, 19골만을 내주며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K리그 베스트 골키퍼 역시 그의 몫이었다. 올 시즌에도 그는 25경기에서 25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선두 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기록이 전부는 아니다. 전북은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전술을 활용하는 팀이다. 상대적으로 수비에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권순태는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해내며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전북이 닥공을 활용할 수 있는 배경에 권순태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순태는 유독 대표팀과의 인연이 닿지 않았다. 리그에서의 활약 덕분에 대표팀 발탁에 대한 가능성이 늘 제기됐지만, 그는 번번이 대표팀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상주상무 소속이던 지난 2012년 2월 대표팀에 승선한 것이 그의 마지막 대표팀 승선이었다.

외면은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 슈틸리케호의 골키퍼 경쟁구도는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25·울산현대)의 ‘2파전’이 뚜렷했다. 3번째 골키퍼로는 주로 정성룡(30·수원삼성)이 낙점을 받았다. 동아시안컵에서는 젊은 선수들을 뽑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에 따라 이범영(26·부산아이파크) 구성윤(21·콘사도레 삿포로)이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늘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다. 대표팀 발탁은 물론, 지난해 12월 아시안컵 대비 제주도 국내 전지훈련에서도, 7월 동아시안컵 예비명단(50명)에도 모두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리그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명확한 기준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권순태의 제외는 늘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었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에 있을 라오스, 레바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에 나설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대회 규정상 슈틸리케 감독은 3명의 골키퍼를 선발해야 한다.

상황이 권순태에게 나쁘지 않다. 김진현은 지난달 리그 경기 도중 쇄골 부상을 당해 회복중이다. 오는 10월쯤에야 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룡 역시 군사 훈련으로 대표팀 발탁이 어려운 상황이다. 김승규만이 대표팀 승선이 기정사실화됐을 뿐, 나머지 두 자리는 공백인 셈이다.

물론 동아시안컵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이범영이나 구성윤이 재부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애초에 젊은 선수들을 발탁하겠다고 공언한 동아시안컵과 비교해 월드컵 예선은 무게감이 다른 경기다. 나이를 떠나 사실상 최정예 멤버를 소집할 가능성이 높다. 권순태가 이범영 구성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이유는 사실상 없어졌다.

기량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리그에서의 활약이라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준에도 부합한다. 여기에 김진현 등 경쟁 선수들의 대표팀 승선도 어려워진 상태다. 유독 권순태에게만 굳게 닫혀있던 대표팀의 문이 서서히 열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