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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답답함의 연속이었다.

잔뜩 웅크린 일본의 경기 운영에 한국은 그야말로 쩔쩔맸다. 무의미한 점유율만 높았을 뿐 공격 전개는 여의치 않았다. 꼬여버린 실타래를 좀처럼 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후반 중반 그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본 수비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크로스바를 맞히는 등 균형을 깨트릴 기회도 만들었다. 앞서 보여준 경기력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눈에 띄는 변화였다.

그 변화의 중심에 이재성(23·전북현대)이 있었다. 이재성은 5일 오후 7시 20분(이하 한국시각)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에서 후반 19분 교체로 투입돼 대표팀의 경기력을 바꾸어 놓았다.

투입 직후부터 남다른 활약상을 보여줬다. 이재성은 후반 2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크로스바를 맞히는 슈팅을 만들어냈다. 비록 크로스바를 맞고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존재감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5분 뒤에도 이재성은 상대 진영에서 절묘하게 돌아서며 상대 수비를 속인 뒤 왼발 슈팅을 기록했다. 이후 힐패스에 이은 침투로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는 등 답답하던 한국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덕분에 경기는 균형을 깨트릴 만한 골이 터질 듯 터지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공격 전개조차 쉽지 않던 앞선 한국의 경기력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이재성이 홀로 빚어낸 차이였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공격 전개에만 그 영향력이 닿은 것은 아니었다. 부지런한 활동량은 어김이 없었다.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해 일본 수비를 흔들기도 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진 직후 공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장면은 특히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다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끝내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1-1로 비겼다. 5년 만에 일본을 꺾겠다던 다짐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재성이 바꾼 흐름을 이어갈 시간이 30여 분에 불과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이재성의 클래스를 재확인했다는 점은 충분한 성과였다. 앞선 A매치들이 이재성의 존재감을 꾸준하게 확인한 무대였다면, 일본전은 그가 대표팀 경기력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수임이 증명된 무대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특히 이재성은 지난해 데뷔한 프로 2년차 선수이자, A매치는 이제 겨우 6경기를 치른 선수다. 데뷔전을 치른 지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이재성은 대표팀 경기력을 홀로 좌우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난 것이다.

덕분에 이재성은 가능성보다는 클래스, 신예보다는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여기에 대표팀내 영향력이 남다른 선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한 번 더 진화하게 됐다. 그의 가파른 성장속도에, 한국축구도 연신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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