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한국은 지난 2010년 이후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2010년 5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친선경기 2-0 승리 이후 한국은 최근 한일전에서 2무2패로 열세다. 2010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고, 이듬해 1월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2-2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졌다. 그해 8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친선경기와 2013년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각각 0-3, 1-2로 연거푸 패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올림픽대표팀이나 청소년대표팀 등이 일본을 꺾고 한일전 승리의 기쁨을 선사하기는 했다. 그러나 A매치에서는 5년 넘게 일본을 꺾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5년 만에 한일전 승리의 감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무대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이다. 2년 전 한국이 마지막으로 한일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바로 그 대회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5일 오후 7시 20분(한국시각)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대회 2번째 경기에서 일본과 격돌한다. 앞서 중국을 2-0으로 꺾은 한국은 숙적 일본마저 누르고 7년 만의 대회 정상 탈환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겠다는 각오다.

한일전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괜한 것이 아니다. 지난 첫 경기를 통해 드러난 경기력, 엇갈리는 최근 기세, 대표팀 안팎의 분위기 모두 한국이 일본보다 앞서고 있는 까닭이다.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와 흔들리고 있는 할릴호지치호가 격돌한다는 뜻이다.

대회 첫 경기부터 두 팀의 흐름은 어긋났다. 한국은 이재성(23·전북현대) 이종호(23·전남드래곤즈) 김승대(24·포항스틸러스) 등을 앞세워 개최국 중국을 2-0으로 완파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경기 직후 슈틸리케 감독은 “앞서 지켜본 일본과 북한의 경기, 그리고 이날 우리(한국)의 경기를 봤을 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값진 성과물을 얻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최근 A매치 4연승의 신바람을 이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단 1골도 내주지 않으며 공-수에 걸쳐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꾸준히 얻어냈다. ‘순항’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일본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첫 경기에서 북한에 1-2로 역전패 당했다. 지난 6월 안방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월드컵 예선 무승부에 이은 2경기 연속 무승이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체력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일본의 훈련 방식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스스로 “일본 축구의 위기”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할릴호지치 감독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본 대표팀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세와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린 채 격돌하는 만큼 한국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마침 한국은 김신욱(27·울산현대)을 필두로 이재성 이종호 등이 숙적 일본을 무너뜨리기 위해 창끝을 다듬고 있다. 장현수(24·광저우R&F)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등이 주축이 될 중원과 수비진 역시 큰 불안요소 없이 안정감을 기대해볼 수 있다. 대대적인 멤버 교체가 예고된 일본과는 다르다.

유일한 적은 방심일진데, 상징적인 한일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흐트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모든 흐름은 한국의 편이다. 최근의 경기력만 보여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지난 5년의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을 날이 다가왔다.

2015 EAFF 동아시안컵 남자부

- 대한민국(1승) vs 일본(1패)
- 5일 오후 7시 20분,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 중계 : JTBC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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