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더 이상 공중증(恐中症)은 없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중국을 꺾었다. 윤덕여(54) 감독이 이끈 한국은 1일 오후 10시(이하 한국시각)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중국을 1-0으로 제압했다. 전반 27분 정설빈(25·인천현대제철)의 골이 결승골이 됐다.

상대가 중국이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승리였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은 중국에 3승5무23패로 절대열세였다. 더구나 전장도 중국의 안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국을 꺾었다. 지난 1월 중국 쉔젠에서 열린 중국 4개국 친선대회 승리(3-2) 이후 중국전 2연승이다. 공중증이 옛말이 된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이날의 성과는 비단 중국전 승리가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한국 여자축구를 이끌어가야 할 미래들, 그 선수들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발견한 까닭이다. 승리보다 더 값진 성과를 손에 넣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윤덕여호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부 주축 선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실제로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이날 한국의 선발 라인업에는 조소현(27) 전가을(27·이상 인천현대제철) 권하늘(27·부산상무) 등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16강 주역들이 대거 빠졌다. 윤덕여 감독도 “전력을 100% 가동하지 못한 경기”라고 표현했다.

주축 선수들의 빈자리에는 비교적 어리거나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채워졌다. 이민아(24·인천현대제철)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이금민(21·서울시청)은 측면, 이소담(21·대전스포츠토토)은 중원에 각각 포진했다. 지난 월드컵을 통해 신데렐라로 떠오른 강유미(24·화천KSPO)도 이제 겨우 8번째 A매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우려가 뒤따랐다. 앞서 한국은 지소연(24·첼시레이디스)의 공백에 박은선(29·이천대교) 유영아(27·인천현대제철)의 부상 공백까지 겹친 상태였다. 지난 월드컵 당시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서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소현 권하늘의 공백 역시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기우였다. 1년 반 넘도록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던 이민아는 이날 공격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윤덕여호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이민아 뿐만 아니었다. 이금민 역시 단단한 체격을 앞세워 상대의 측면을 번번이 허물었다. 이소담 역시 심서연(26·이천대교)의 든든한 뒷받침 속에 적극적으로 중원과 전방을 넘나들었다.

‘젊은 패기’ 앞에 중국 원정이라는 부담감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심서연의 부상 이탈 전까지 한국은 그야말로 상대를 압도했다. 주도권을 쥔 채 적지에서 경기를 지배했다. 전반전 슈팅수 역시 7-1로 크게 앞섰다. 경기 전 윤덕여호 주위를 맴돌던 여러 우려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졌다.

물론 후반 심서연의 부상 이탈이라는 변수, 그리고 무더운 날씨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전반전만큼의 ‘압도적’인 경기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간극은 한국축구 특유의 투혼과 투지로 메웠다. 결국 한국은 적지에서 여러 모로 값진 승전보를 울렸다. 그 중심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히게 될 선수들이 있었다.

윤덕여 감독도 경기 후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와서 잘한 것은 앞으로 우리 축구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우승보다도 새로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선수들의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윤덕여호의 중국전은 더없이 값진 경기가 됐다.

한편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일본을 4-2로 완파한 북한(승점3·득실차+2)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오는 4일 7시 20분 중국 우한 스포츠 센터에서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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